중국 자본의 한국 문화산업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중 FTA 체결로 우호적인 투자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중국 자본의 손길이 패션,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비롯해 극장까지 뻗치고 있다.

지난 24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투자회사인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은 국내 3위 복합영화관인 메가박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은 중국의 복합영화관을 가진 미디어 기업을 계열사로 메가박스를 인수해 한·중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만약 메가박스의 2대주주인 제이콘텐트리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게 되면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은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극장업에 진출하게 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메가박스 인수가 확정되면 앞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산업에도 중국 자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중국의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은 한류스타 김수현이 속해있는 키이스트에 150억원을 투자해 지분 6.4%를 확보했다. 소후닷컴은 키이스트와 문화콘텐츠 수출에 대한 전략적 제휴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는 지난 3월 CJ게임즈에 5억 달러(한화 약 5330억 원)을 투자해 게임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텐센트는 CJ게임즈와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게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투자를 계기로 텐센트는 지분 28%를 보유, CJ게임즈의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국내 화장품·패션산업도 중국기업의 주요 관심사다.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이 쓴 화장품이나 입고 나온 옷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화장품 업계에서는 코리아나와 에이블씨앤씨(브랜드명 미샤) 등이 잠재 매물로 언급된다. 롱리치와 치에란, 상하이쟈화 등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 중국 화장품업체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네이처리퍼블릭과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기업인 한국콜마 등은 경영권을 제외한 투자유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업계는 중국 자본의 진출이 더 활발하다. 지난해 띠샹그룹은 1200만 달러를 투자해 패션브랜드 BNX를 인수하고 여성 의류기업인 아비스타(AVISTA)의 지분 36.9% 확보한 상태다. 또 지난 6월 완다그룹은 이랜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여성복업체인 랑시그룹은 지난 9월 국내 1위 유아복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