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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식

[2014.01.28] 한복 아트 퍼포먼스 '색공간'

관리자 | 2014.10.01 06:00 | 조회 716

빨래줄에 새하얀 무명 빨래가 걸려있다. 빨래는 흔들흔들 미묘한 율동을 선보인다. 그 속에 서 있는 한 소녀는 천들이 알록달록 고운 한복으로 변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옷 광대들은 소녀의 상상을 실현시켜주기 위해서 옷각시들을 불러낸다. 손끝부터 겨드랑이까지 군살 없이 곱게 떨어지는 팔 아래로 누이의 고운 뺨을 닮은 한복이 나타난다. 선녀의 입김을 불어 넣은 듯, 한 땀 한 땀 곱게 수놓인 한복들도 너울너울 춤을 춘다. 협곡을 향해 쏟아지는 별들의 향로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는 한복의 곡선, 그리고 향연. 환상 그 자체다. 

소녀와 광대의 이야기를 통해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등장한 옷 각시들은 패션쇼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공연 ‘색 공간’의 한 장면이었다. 연극이면 연극, 패션쇼면 패션쇼 등 고정적인 쇼를 초월해 예술적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박선옥 한복예술 여백 대표에게서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는 ‘색 공간’을 연출하고 의상을 디자인 했다.

천이 한복이 됐던 소싯적 상상이 무대로

“소녀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소녀는 인형놀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다. 상상 속에서 알록달록 조각 천이 한복이 되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소녀의 한복놀이를 통해 입는 한복에서 즐기는 한복으로 관점을 옮겨보고자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도 어릴 적에 직접 천을 꿰매서 인형을 만들면서 많은 상상을 했었기에, 어찌 보면 소녀는 저의 어릴 적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색 공간’은 2011년 봄 부산 LIG아트홀 개관기념 시즌 기획 공연으로 초연된 바 있다. 지난 해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한복저변확대를 위한 ‘민간단체 한복사업 지원’에 선정되어 이번에 재공연을 하게 됐다. 

“초연에서는 한국전통적인 느낌보다는 좀 더 서양적인 관점에서 제작을 했었다. 한국무용가 뿐만 아니라, 현대무용가, 가야금 연주자, 아코디언 연주자를 기용했다. 또 소녀와 광대의 이야기는 연극적으로 풀었다. 제 디자인이 전통 한복에 바탕을 뒀지만 형태나 소재에 있어서 현대적인 편이다 보니 그렇게 시도했다. 한복이 현대문화에 매치하였을 때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랐다”

초연 당시 공연을 살펴보면,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만개한 장미처럼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흐드러지듯 현대무용을 토해내는 무용수의 모습을 보고 넋을 놓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연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가야금 연주까지 들리니 오감이 팔딱팔딱 요동칠 수밖에다. 아코디언 연주자까지 등장해 국제적인 면모까지 갖췄다. 하지만 박 대표는 초연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양적인 관점에서 제작하다보니 한국의 전통적인 감성을 놓쳐버린 것이다. 

“초연 때 막상 만들고 나니 재밌기는 했다. 그러나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기저에 깔린 전통적인 감성은 전달이 잘 안됐다. 초연을 하고 나니 오히려 전통적인 구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번 예술의전당 공연은 전통연희를 하는 ‘The광대’ 팀과 만나서 전체적인 구성을 좀 더 전통적이도록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연희 그 자체는 아니고 저희 옷과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배치했다. 전체적인 구조는 전통극의 과장(탈춤이나 꼭두각시극에서 한 주제의 단막)의 형식을 따랐다. 강력한 스토리텔링보다는 한 과장 한 과장에서 희로애락이 있고 소녀와 광대의 과장들을 쭉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엮는 구성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제목처럼 한복의 ‘색’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색에 있어서는 오방색, 즉 검정(黑), 흰색(白), 파랑(靑), 노랑(黃), 빨강(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간에 있어서는 한복의 구성적인 특징인 평면과 여백의 미를 살리는 의상을 만나볼 수 있다. 

한 과장 한 과장 한복예술 여백만의 한복 작품으로 구성한 무대는 색의 향연이요, 공간(여백)의 탄생이다. 오방색이 저토록 찬란할 수 있다고 깨닫고 너울거리는 한복의 여백에 심취할 때 즈음, 한복은 전통의상 그 이상을 뛰어넘게 된다. 단순히 전통의상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만지고 싶고 취하고 싶어진다. 더 나아가 자신의 피부 위에 걸쳐보고 싶은 것이 된다. 이것은 박 대표가 이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공연 ‘색 공간’을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멋진 한복, 입고 싶지 않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실상 너무 전통이라는 대명제에 사로잡혀있다. 그러니까 옷 그 자체, 패션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니까 입어야 한다는 당위성 같은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저는 한복이 그 자체로 흥미로운 패션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요즘 사람들도 더 입고 싶어 할 것이다. 한복이 박물관이나 장롱 속에 고이 모셔진 숨죽인 옷이 아니라 요즘 세상에 돌아다니는 활기찬 옷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복예술 여백, 단순한 한복의상실에서 한복문화사업 콘텐츠의 장으로 발돋움하다

한복을 위해 바친 그의 열정은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전시부터 패션쇼, 공연, 그리고 무대의상까지 손을 대지 않은 부문이 없다. 

우선 전시부문에서는 청심청소년수련관내 한복전시관 전시의상 및 체험의상 제작(2004), 현대한복전시회 개최 ‘한복에 사로잡힌 공간’(2009), 일본 후쿠오카 한국관광공사 초청전시회 ‘YEOBACK STYLE 展’(2009)을 진행했다.

패션쇼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 단독패션쇼 ‘Korean Dress Colors Stockholm’ 개최(2008), 태국 방콕 코리아페스티벌 한복아트패션쇼 ‘Heart to Heart’ 개최(2011)라는 업적을 이뤘다. 공연은 부산 LIG아트홀 개관기념 페스티벌 한복공연 ‘色 & SPACE’ 제작이 있다(2011).

무대의상에서는 KBS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 슬기둥 외 다수 국악무대의상 제작(2005~현재), 인천시립극단 정기공연 ‘장군각시’ 무대의상 제작(2012) 외 다수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결과물을 토해내기 위해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바느질을 뚫어져라 바라봤을 지도 모른다. 한복에 대한 태초의 관심은 그가 어렸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복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릴 적 할머니 옆에서 바느질하는 걸 구경하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할머니는 작은 바늘 하나로 상보자기부터 한복까지 만들어내는 마법사 같은 존재였다. 실제 할머니 세대 대부분의 여성들은 누구나 바느질로 직접 한복을 지어 입었으니, 그 시절엔 특별히 내세울 재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할머니 옆에서 천이 옷이 되는 상상을 하며 자그마한 지갑도 만들고 인형 옷도 만들고 했다. 어떻게 보면 한복은 저에게 토토의 시네마천국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절대자라는 존재가 친구처럼 느껴지기 어려운 것처럼 이미 전통으로 굳어버린 한복이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벽을 깨고자 했다. 한복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멋진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현관 문 옆에 조그맣게 명패를 달고 시작한 것이 바로 한복예술 여백이다. 때는 2003년이다. 그러고 나서 더 용기를 내서 국립국악원 건너편에 작은 의상실을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는 예술의전당 앞에 더 큰 곳으로 이사를 가서 2012년 5월 문을 닫을 때까지 9년 정도의 기간 동안 한복을 만들어서 팔았다. 

“한복을 배우는 일에 완전히 빠져서 미친 듯이 한복을 파고들던 때에 문득 ‘나는 한복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얻은 답이 한복으로 ‘예술’을 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예술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삶의 여백’이 되는 한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멋진 경험을 선사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여백을 운영하면서 난관도 있었다. 대중들 사이에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여 힘든 것은 아니었다. 부담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힘든 것도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다음에 이뤄야 할 항로를 찾지 못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실제 그는 2011년 ‘색 공간’ 초연을 제작할 당시 심정에 대해 ‘기쁨’보다는 ‘복잡함’으로 회고한다. 여백의 문을 열고 활동할 당시 스스로 소망이 있었고, 그 소망을 위해서만 달려왔는데 막상 자신의 최종 소망인 ‘한복으로 공연 만들기’를 끝내고 나니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게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색 공간’ 초연을 마치고 나서 방황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더 이상 한복의상실로서의 여백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호주에 갈 기회가 생겨서 핑계 삼아 의상실 문을 닫고 과감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호주로 떠나서 한동안 한복을 멀리 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주 환경에 살다보니 오히려 한복을 해야 할 이유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래서 한복예술 여백을 한복과 관련된 문화 사업을 하는 단체로 다시 재정비 했다. 그리고 국내외에 한복을 알리고 한복과 관련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을 당분간 집중하려 한다”

“한복을 만드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복의 딜레마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식이다. 가슴 위에 곱게 내려앉은 고름은 아름답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가슴을 보드랍게 감싸면서 버선 아래까지 우아한 곡선으로 떨어지는 치마는 그 선이 도도하고 고고하지만 역시 일상생활에서는 밟히는 구석이 있다. 한복이 아름다움과 편리함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처럼 어느 옷이든 이런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양장이나 시상식 드레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부한다. 그에 말에 따르면 한복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서 한국 사람이 생긴 외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비례와 구성, 색상과 소재를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 다듬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사실 한복을 입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문제는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한복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한다. 

“기껏 한복을 맞췄는데 입을 일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우선은 한복을 입을 기회가 많아지도록 한복을 만드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한복을 입는 것이 정말 훌륭한 패션 센스를 가진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한복을 입는 것 자체만으로도 칭송받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렇게 한복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2010년 ‘색 공간’ 초연을 앞두고 항로를 잃었던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크고 단단해졌다. 벌써 ‘색 공간’을 넘어서 한복에 대한 공연을 조금 더 만들어 볼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한복을 중심으로 연희, 영상, 춤, 타악 등 다양한 것이 들어있는 것이 ‘색 공간’이었다면, 차기작은 조금 더 한복의 색 하나에 집중할 계획이다. 

“차기작은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거문고 연주, 그리고 한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미지 중심의 연극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한복예술이 기획하였던 초등학교 한복체험프로그램 ‘찾아가는 한복, 재미있는 한복’을 한국을 넘어 해외로 가서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는 외국의 어린들도 한복을 입고 전래동요를 따라 부르는 신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멀지않은 미래에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 거고, 흔히 말하는 ‘한복의 세계화’는 그런 노력을 통해서 가능해질 거라 생각한다”

한복아트퍼포먼스 ‘색 공간’은 오는 1월 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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