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소식
[2014.11.05] 국립극장레퍼토리시즌 -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세계적 거장’ 안드레이 서반, 동양 전통극 첫 연출
“고정관념 깬 춘향가, 젊은이도 공감할 것”
“‘춘향가’는 한 여인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유혹을 인내하고, 부패한 사회에 저항하면서 정의를 이뤄내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에 맞서는 여인의 힘과 의지, 그 가치에 우리는 감동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이야기 판소리 ‘춘향가’가 루마니아계 미국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1·사진)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파리 오페라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반이 11월20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춘향가>의 연출을 맡아 최근 내한했다. 서양 고전을 실험적·독창적으로 재해석하기로 유명한 그가 동양의 전통극을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반의 이번 <춘향가> 연출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취임 후 시작한 ‘세계 거장 시리즈’의 두 번째다. 외국인에게 창극 연출을 맡겨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전통을 보자는 취지다.
서반이 처음 제안받은 건 ‘흥부가’였다. “‘흥부가’를 잡고 오래 씨름했지만 현대 관객과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지 답이 안 나왔어요. 그런데 ‘춘향가’는 달랐어요, 그게 왜 한국 판소리 중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인지 즉각 알았습니다. 춘향은 사랑뿐만 아니라 세계적이고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지요. ‘창’에 익숙하지 않은 제게도 이몽룡과 춘향이 사랑가를 부르는 부분은 마치 ‘후크송’처럼 쉽게 귀에 들어왔어요. 이국적이고 다른 음악이어도 창의 바이브레이션은 색다르고 아름다워요.”푸치니와 베르디의 오페라, 셰익스피어 고전 등 서양 전통극을 대담하게 재해석해온 그는 “춘향에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 분명히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반의 <춘향가>에는 영상이 쓰인다.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도 많이 넣었다. “제가 가장 관심을 둔 것은 판소리의 문을 열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 노년층만 즐기고, 박제된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이 시대 우리의 생동감 있는 삶과 유대할 수 있는 창극 <춘향가>를 만들 겁니다.”
서반은 최근 창극단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유럽, 미국에서 온 제가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고 초조했어요. 그런데 오디션을 하면서 배우들이 제가 제안하는 대로 즉흥적 연기를 하는 걸 보자,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만들 <춘향가>는 서양 사람의 입장에서 한국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전통적 기예를 가진 배우들이 저를 만나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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