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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식

[2014.11.07] (공연+)연기하는 몸의 정체성을 찾아서

관리자 | 2014.11.07 09:42 | 조회 771
(공연+)연기하는 몸의 정체성을 찾아서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공연 <저스트 듀엣, 더 파사지오>
 
이번에 소개할 공연은 연극도 무용도 아닌, 그냥 공연이라고 밖에 소개할 수 없을 듯합니다. 요새 많이들 이야기하는, '융복합 공연'이라는 표현을 쓰면 이해가 빠를까요? 어쨌든. 무용수와 배우가 함께 만든 <저스트 듀엣, 더 파사지오>가 이번 주인공입니다.
 
완성도 높은 공연, 메시지 분명한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고 그냥 넘어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공연예술가들의 현재 고민과 훈련상태를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워크숍 같은 공연이니까요. 하지만 젊은 예술가의 성장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마시고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려주시길.
 
배우 김신록은 대학로의 촉망 받는 배우 중 한 사람입니다. 2010년도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로 선정되면서 폴란드 그로토프스키 인스티튜트, 뉴욕 시티(SITI) 컴퍼니, 미국 액션 씨어터, 덴마크 오딘 극단 등에서 훈련했지요. 이후 2013~2014년 시티 컨서바토리 과정에서 스즈키 메소드, 뷰포인트, 컴포지션 등 다양한 연기법들을 훈련하고 공연했습니다.
 
각종 워크숍을 섭렵한 '훈련 매니아'인 이 배우가 최근 수년 간의 '외도'를 접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선보이고 있는 게 바로 '저스트 듀엣 프로젝트'입니다. ‘저스트 듀엣 프로젝트’는 배우 김신록이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만나 두 사람 혹은 두 장르 사이의 접점과 간극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배우를 넘어서서 창작자이자 실연자가 되기를 꿈 꾸는 한 '여성' 배우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저스트 듀엣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은 <헬로 프롬 벌사>였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만난 배우 코 완 칭과 함께 만든 이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단막극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매춘부 벌사의 드라마틱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더 파사지오>입니다. 201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다원예술부문 선정작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이양희와 의기투합해 만들었습니다. '파사지오'란 ‘통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고 하네요. 무용수와 배우가 한 무대 위에 올라 나름의 움직임으로 교류하며 매끄러운 공연으로 빚어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한 마디로 무용과 연기의 화학작용을 모색하는, 실험적 공연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진=저스트듀엣프로젝트)
  
◇일상과 무대 사이, 경계를 탐험하다
 
극장에 들어서면 하얀 네모 무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단 높게 설치돼 마치 커다란 테이블처럼 보이는 무대. 관객은 그 무대를 빙 둘러 앉습니다. 한 공연당 입장하는 관객수는 총 24명. 공연팀은 관객의 가방과 겉옷을 따로 보관하겠다면서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무대 위에는 테이블과 의자 한 쌍이 대각선으로 마주 보게끔 놓여 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미 무대 위에 무용수가 엎드려 있고, 배우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치 연습실의 한 풍경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은 시작됩니다.
  
무대는 일차적으로 스크린 역할을 합니다. 천장 위에 달린 프로젝터를 통해 무대에 글자가 투사되지요. 글자는 곧 지령입니다. 지령에 따라 관객은 자리를 바꿔 앉고, 물을 마시고, 연필을 잡고, 거울을 보고, 옷 속을 들여다보고, 문장을 쓰고, 사탕을 먹고, 오른 손을 들고, 목을 잡게 됩니다.
 
배우와 무용수가 움직이는 것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거대한 테이블(무대)을 앞에 둔 관객이 지령에 따라 일련의 동작을 마친 후 배우와 무용수가 실제 테이블 앞에서 다시 한 번 움직이는 거죠. 같은 지령을 반복하는데 그 결이 달라집니다. 일상적 움직임이 어떻게 연기와 무용으로 변화하는지를 무대에서 직접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이리하여 극장은 무대 두 개가 겹쳐진 듯한 풍경이 되고, 관객은 자신과 무대 위 실연자들이 어떻게 '다른 지'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배우 김신록은 ‘목적, 대상, 동사’라는 말을 외치고 그에 따라 ‘연기’합니다. 무용수 이양희는 ‘동사’라고 외친 후 ‘춤’을 춥니다. 여러 변주들을 보고 있노라면 훈련된 공연예술가의 몸을 감상하고, 또 세밀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심지어 이들은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도 던집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번호표를 나누어 주는데요. 공연 도중 특정 번호를 부르고 해당 번호의 관객을 무대 위에 불러 대화를 시도합니다. 신상명세에 대해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동작 시연을 함께 하길 요청하기까지, 다양한 미션들이 관객에게 주어지죠.
 
말미에 이르면 공연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공연 초반, 배우가 눈으로 읽던 책은 오정희의 <완구점 여인>입니다. 이 책을 배우가 발화하고, 무용수는 움직입니다. 다음에는 무용수가 읽고, 배우는 움직이죠. 이쯤 되면 이 두 실연자가 여성의 자아 정체성을 탐구하는 오정희 작가의 소설, 그 중에서도 자폐적 삶을 사는 인물들 사이 충돌을 그리는 <완구점 여인>을 고른 이유를 설명 없이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워크숍과 공연 사이
  
아마도 이 공연을 통해 배우와 무용수는 배움의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함께 공연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훈련이 되었을 것이고, 각 장르별 매커니즘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도 일부 배웠을 것입니다.
 
훌륭한 실연자들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관객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은 '보는 자'가 되기도 하고 '실연하는 자'가 되어보기도 하는데요. 자신이 한 행동이 무대에서 변형되는 것을 보고, 또 무대에 올라가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하는, 소소한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객은 단순한 관찰자적 입장에 머물게 됩니다. '무용은 저렇게 하는구나, 연기는 저렇게 하는구나' 하는 감상이 남는 거죠. 
 
또 공연 도중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가 누구인지, 그 정체성이 조금 모호한데요. 글자 지령을 만든 것은 아마도 창작자인 김양희와 김신록일 터. 초반에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이 질문하는 자의 입장에 서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럼으로써 관객이 지령을 받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후 같은 질문이 반복될 때 이들은 무대에서 지령을 몸소 실연해보입니다. 이때 이 둘은 질문 받는 자의 입장이 됩니다. 그 다음에는 무대 위로 관객을 불러 테이블에 둘러 앉아 지령을 같이 수행합니다. 흥미로운 움직임들을 발굴해내고 발전시켜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결과적으로 자문자답하는 형식이 되어버려 못내 아쉽습니다.
 
실연자들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또 다른 나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 이 점에 대해 실연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합니다. 관객 참여의 컨셉트는 좋은데 관객을 교육하는 듯 보이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공연보다는 워크숍의 느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인 듯합니다. 훌륭한 워크숍을 엿보고 싶다면 흥미로울 작품, 그러나 연출적인 완성도가 있는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이었다면 아쉬울 작품입니다.
 
-공연명 : <저스트 듀엣, 더 파사지오>
-일시 : 2014년 10월 28~31일
-장소 : 홍대 포스트 극장
-창작 및 출연 : 이양희, 김신록
-드라마터지 : 박경찬
-미디어아트 : 전석환
-조명디자인 : 노명준
-의상디자인 : 김시완
-포스터디자인 : 김형준, 류수란
-무대 조언 : 서지영
-기획 : 이시은
-티켓 : 전석 2만원
-문의 : 02-745-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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