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로' 등 국내 외식업계도 외국인 입맛 맞춘 메뉴 선보여
지난 7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홍콩·중국·대만 등 아시아 지역 대표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 70여 명이 서울 삼성동 '비스트로 서울'을 찾았다. 한식 레스토랑인 이곳에서 한식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루이비통' 관계자들은 "한국 음식 하면 밥·국·요리·반찬이 한상에 차려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서양식 코스 요리처럼 단품으로 제공되고 소스도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에 딱 맞았다"고 평가했다.
한식 세계화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통성 있는 메뉴 개발이 관건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정부 차원의 시장조사 및 식재료 물류 지원이 우선이라는 의견, 입지 선정과 현지 인력 채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한식 세계화의 성공은 해외 외식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트렌드의 주류 중 하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컨버전스는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산업들 간의 제휴를 통해 결합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마케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 외식산업이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이미 '컨버전스 트렌드' 열풍이 불고 있다.
◆해외 유명 레스토랑의 새 트렌드 '컨버전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장 조지 봉게리히텐(Jean George Vongerichten)은 자국 프랑스 음식뿐 아니라 중국·태국음식, 심지어 한국음식까지 영역을 넓혀 각 음식의 특징을 조화시킨 메뉴를 선보여 미국 외식업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됐다. 특히 미국 뉴욕의 '장조지 레스토랑'은 그가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홍콩·태국·싱가포르 생활과 한국계 부인의 영향으로 요리에 생강·망고 등 아시안 풍미를 가미하면서 2006년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3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은대구를 한식 요리법으로 조리한 ‘은대구 조림’. / (아래)흑임자 간장소스에 비벼 먹는 ‘통보리 버섯비빔밥’. |
◆외국인 입맛에 친숙하게 개발한 한식 메뉴
국내 외식업계도 한식에 컨버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식전문기업인 ㈜썬앳푸드가 올해 2월 오픈한 '비스트로 서울'이 대표적이다. '비스트로 서울'은 메뉴 구성부터 남다르다. 우선 많게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반찬으로 가득 찬 한국 음식의 전통적인 한상 차림은 외국인이 식사하기에 다소 불편하다고 판단, 기본 반찬을 물김치·열무김치로 간소화했고 단품 메뉴(알라카르트) 서비스를 적용했다.
메뉴 역시 외국인에게 친숙하도록 구성했다. 식사 구성부터 애피타이저(전채요리), 메인 요리, 밥과 면류, 디저트(후식)로 나눠 외국인이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요리도 한국의 식재료인 삼겹살을 맥주에 삶아 기름기를 제거한 '삼겹 편채', 미국·영국 등에서 즐겨 먹는 은대구를 한식 요리법으로 조리한 '은대구 조림', 흑임자 간장소스에 비벼 먹는 '통보리 버섯비빔밥', 여러 한약재를 넣어 만든 약고추장에 비벼 먹는 '오색 돌솥 비빔밥', 깨강정·호두강정이 곁들여진 '아이스크림' 등으로 전통 한식 재료와 조리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비스트로 서울'은 요리를 그릇에 맛깔스럽게 담아내는 데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령 메인 메뉴와 함께 제공하는 물김치와 된장찌개는 개인용 그릇에 따로 담아 서비스하고 고기 메뉴가 식탁에 올라올 때는 젓가락질이 쉽지 않은 외국인을 위해 유기(놋)로 만든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한다.
'비스트로 서울'의 한식 메뉴 개발은 썬앳푸드 최현정 R&D팀장이 직접 맡았다. 미국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수석 졸업한 최 팀장은 미국·이탈리안 식사의 메뉴를 개발해 왔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가정 한식의 대표 전문가인 최경숙·이종임 선생으로부터 교육을 받기도 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