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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자꾸 짓기만 하면 어떡하나

hallyuforum | 2014.10.08 21:22 | 조회 385
조회 : 286  

한옥은 나무와 흙과 돌로 짓는 집이다. 한옥을 떠받치는 기본적인 자재는 나무이다. 따라서 나무는 불에 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많은 훌륭한 건축물이 오래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이다. 목조 건물인 이상 화재를 피할 길은 없다. 국보 1호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자존심 숭례문도 탔고, 동해의 해 뜨는 명소 의상대와 아름다운 기도도량인 홍련암을 지척에 거느린 천년 고찰 낙산사도 참혹하게 불탔다. 남해의 명소 향일암도 화재를 피하지 못했고, 전통사찰인 파주 보광사도 소실됐고, 강화 보문사에서도 불이 났었고, 백양사 요사채도 불탔다. 화재가 나면 사찰뿐 아니라 사찰이 가지고 있는 귀중한 문화재도 같이 없어진다. 

조선이 개국하고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이래 정궁인 경복궁을 짓고 5백년 왕조를 이어 내려왔지만, 지금 경복궁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하고 당백전을 발행하면서 자금을 모아 지은 1860년대의 건물이다. 고종 임금 이전에 있었던 건물은 임진왜란 때 이미 불타 없어 졌으며, 이후 복원한 전각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마에 소실되었다. 결국 왕권의 확립을 위해 다시 거대하고 장려한 궁궐이 필요했던 왕실은 미약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전국의 서원에 딸린 땅을 처분해 궁궐을 지으려 했던 것이다. 서원철폐령과 경복궁 복원은 그렇게 톱니바퀴처럼 사실적인 역사의 바탕 위에서 양립했던 근대사의 획을 긋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 배경은 화재였다. 

언제부턴가 경복궁을 복원하는 망치질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광화문과 경복궁 사이에 떡 버티고 앉아 수 십 년간 중앙청으로 쓰이던 총독부 건물도 해체되었고,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틀려버린 광화문도 제자리를 찾았고 다시 옛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궁궐도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어 복원이 됐지만, 전통사찰들도 대부분 대웅전 건물을 필두로 대대적인 보수를 하든가 재건축을 하는 등 새 옷을 갈아입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문화재를 복원하고 옛 모습을 찾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이전에 없었던 건축물도 속속 등장하게 되었다. 최근 ‘대백제전’이 열린 부여의 백제성은 수 천 억 원이 투입된 엄청난 대역사였다. 17년간 백제성을 짓는 대역사의 현장은 우리나라 전통건축 역사에 있어 하나의 대 사건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처럼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전통양식의 건축물을 짓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시대를 뛰어넘어 고려시대도 아닌, 백재시대의 건축물을 복원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민가 한두 채를 짓는 것도 아니고 궁궐을 짓는다는 게 함부로 엄두나 낼 수 있는 일인가 말이다. 

그 건축물의 고증이나 제원, 방식 등 건물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오랜 세월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은 훌륭한 건축물이 화재를 당하면 맥없이 허물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조건물은 화재에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화재를 이기는 목조건축은 없다. 나무는 불에 타게 돼 있고, 한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타다 남은 목재는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 다시 허물고 짓는 방법 밖에 달리 어떻게 손 쓸 수도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건축물에 대한 소방시설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통건축물은 화재보험도 들어주지 않는다. 문화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보험료 몇 푼 받아봐야 화재가 나면 수 억 원, 수 십 억 원의 보험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누가 그런 밑지는 장사를 하겠는가. 정부도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다. 불이나면 할 수 없고, 그저 불이 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요행을 바라고 정책을 한다면 그건 어느 시대 행정이고 언제 적 이야기인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 그 중에서도 왕이 정사를 살폈던 근정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엄청난 재원을 들여 복원은 했지만 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시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있는가. 불에 타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숭례문과 견주어 보물 1호로 지정된 동대문에는 지금 어떤 소방시설이 되어 있는가. 경주 불국사를 비롯해 전국에 산재한 전통사찰에는 어떤 수준의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는가. 불이나면 정말 불을 끌 수 있는가 이 말이다. 

공무원들은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언제나 예산이 문제다. 예산이 없어 못한다. 예산이 많으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 그러면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은 했는가. 불타고 없어진 숭례문 복원에는 최소한 3백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들이고도 이전의 숭례문과 같은 숭례문이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져 고려시대의 건축의 선과 질감, 결구의 제원이 남겨져 더욱 소중한 숭례문은 2010년에 만들어 지면 2010년의 숭례문일 뿐이다.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불에 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공간에 다시 지어진 건축물을 5백 년 전 건축물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말이다. 전통의 맥이 이어졌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 지금, 요즘 목수들이 지은 건축물을 아무리 과거의 것으로 돌려놓으려 해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그저 2010년에 지은 숭례문이 서 있을 뿐이다. 

최근 부산 범어사의 입구에 있는 천왕문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어떤 사람이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던지고 불을 붙이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불은 삽시간에 천왕문 전체로 번졌고,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였다. 인근에 있는 보물로 지정된 불이문 등 다른 전각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불붙은 천왕문을 장비로 밀어 넘어뜨리는 참혹한 현장이 그대로 TV를 통해 전국에 생생하게 방송되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천왕문 안에 안치되어 있던 사천왕상을 다른 곳으로 옮겨 보관하고 그 자리에는 모조품을 설치한 덕분에 천왕문을 잃는 것으로 화재는 끝이 났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 말고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건축문화재는 물론 전통건축물에 소방시설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소방시설 가운데 가장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을 채택해 불에 타지 않을 가능성과 불을 끌 확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뒷짐 짓고 서서 우리 전통건축물이 화마에 휩쓸리는 현장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하는가. 당장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화재부터 소방시설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최선의 소방기술을 찾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당장 소방설비 예산을 올려야 한다. 내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우리 문화재는 불에 타고 없어진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재 정책과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이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 관련된 사람들은 머릴 맞대고 화재로부터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시간도 짧으면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다가 잃어버린 유산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말이다. 관련된 사람들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성심껏 임해야 할 것이다.

 

김주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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