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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참 신비로운 나무, 소나무

hallyuforum | 2014.10.08 21:22 | 조회 384
조회 : 464  
소나무는 참 신비로운 나무다. 흔히 우리가 소나무를 아무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쯤으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소나무의 신비로움이 떨어지거나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가 신비로움을 발하는 때는 솔씨가 가장 극한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이다. 가령 솔씨 하나가 바위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자릴 잡았다고 하자. 솔씨는 그 틈바구니에서 발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눈, 비, 바람, 안개 등 자연의 조건이 자신이 발아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판단되는 바로 그 시간에 씨앗을 터뜨리고 나와 뿌리를 내리고 생명의 여정에 닻을 올린다. 

나는 수형이 아름답고 오래된 소나무를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은 소나무가 겪은 고통의 등가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나무는 영양이 좋고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는 평지에서는 아름답게 자라지 않는다. 크게 자라기는 하지만 대개는 목재나 화목으로 쓰일 수 있을 뿐이다. 소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보일 때는 명백히 드러난 암반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경우이다. 소나무와 화강암 암반이 어울려 연출하는 조화의 묘는 소나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역설적으로 소나무는 가장 고난스런 생육 환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게 된다. 

모든 생물이 다 자연의 조화와 질서에 순응해 스스로 생육 조건을 맞춰가며 질긴 생존력을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겠지만, 소나무는 생존력과 생명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성질을 지녔다. 암반 사이나 바닥이 바위 부스러기로 이뤄진 땅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솔 촉이 매우 짧다. 그 이유는 바닥의 영양이 좋지 않으므로 스스로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것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나가는 것도 극히 제한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랄까. 아래에서 올라오는 연료인 영양소가 적으므로 스스로 잎을 작게 만들어 적은 량의 영양소에 맞는 규모의 광합성을 하기 위해 작은 잎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평지의 소나무를 보면 솔잎이 무척 길고 짙푸른 빛깔을 띠고 있는 것을 보면 금방 대비가 될 것이다. 

  


소나무는 한 나무에 형태와 빛깔이 다른 두 가지 껍질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무인데, 아래는 검고 위는 붉다. 검고 붉은 빛이 선명하게 대비될수록 멋있게 보인다. 나무 아래는 거북이 등딱지처럼 6각형 모양에 골이 깊고 질감이 강한데 비해, 나무 윗부분과 솔잎이 달리는 가지는 붉은 색깔을 띠어 초록의 솔잎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게 된다. 붉은 나무껍질은 얇고,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것이 나무 아래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래서 나는 소나무 껍질을 표현하는 하나의 용어를 생각해 냈는데, 그것이 구각용린(龜殼龍鱗)이다. 아래는 거북이 등 같고, 위는 용의 비늘 같다는 뜻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나무를 감상하는 몇 가지 기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 기준은 흔히 ‘조경수’라고 말하는 나무에 대한 기준이지, 보나 기둥, 서까래 등 목재의 가격을 매기는 것과는 다르다. 목재를 보는 기준과 척도는 완전히 다르다. 

조경수로 가치 있는 소나무를 평가하는 기준은 갓, 대(목), 피, 촉 등 네 가지이다. 첫째가 갓이다. 갓은 우산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우산처럼 나무 위가 둥그렇게 아래로 처진 형상을 해야 기본이 갖춰지게 된다. 정이품송, 석송령, 솔고개 소나무 등 명품 소나무들은 우선 이 기준부터 잘 들어맞는다. 이것부터 시작이다. 

둘째는 대, 또는 목이라 하는 것인데, 나무의 큰 줄기를 말한다. 이 큰 줄기는 전봇대처럼 일자형이면 매력이 없다. 휘거나 굽어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일자형 소나무는 목재로서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는 멋들어진 나무는 다 휘거나 굽어있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셋째는 피인데, 피는 즉 나무껍질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피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구각용린(龜殼龍鱗)이다. 아래는 두텁고 검은 거북등 껍질이요, 위는 붉은 빛 얇은 비늘, 이것이 소나무 피의 이상형이다. 두터운 껍질은 나무의 수령을 말해주는 나이테 같은 역할을 한다. 껍질의 폭이 넓고 골이 깊을수록 오래된 나무이다. 오래된 나무가 주는 느낌은 젊고 어린 나무가 주는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시간은 우리에게 우리가 뛰어넘을 수 없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전의 조건들을 완결시켜주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나는 솔촉, 즉 소나무 이파리를 꼽는다. 소나무 이파리는 우선 길이가 짧아야 한다. 이상적인 형태는 5cm 미만이어야 좋다. 적어도 7cm 이내이어야 촉의 느낌이 살고 소나무의 고고함이 유지된다. 만약 촉의 길이가 그 이상 길어진다면 이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하더라도 옥의 티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녀 누구나 머리가 단정하고 자기에 맞는 머리 스타일을 했을 때 인물이 나는 법이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산발을 한 듯 짙푸르고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덩어리로 가지에 매달려 있으면 보는 즐거움은커녕 숨이 막히고 답답할 것이다. 이러한 미덕은 짧은 촉에서 비롯되고, 촉이 짧아야 마치 소나무에 꽃이 핀 것처럼 우아한 자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소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나가 맞으면 하나가 부족하고, 또 하나가 괜찮으면 다른 하나가 취약하다. 갓이 좋고 대도 괜찮은데 피가 안 좋다거나, 갓과 피는 괜찮은데 대가 일자형이어서 매력이 적다거나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 좋은데 촉이 나쁘면 처다 보기도 싫다. 그렇다고 소나무가 아니라거나 나무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 누구나 다 존재가치가 있고 다들 개성이 틀리듯이, 나무도 다 각자의 자리와 생김새, 특징을 갖고 있고 그것은 자기가 서 있는 생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산에 오르거나 주변에 서 있는 소나무를 한번 둘러보기 바란다. 우선 나무에 대한 깊고 그윽한 애정의 시선으로 말이다. 그런 다음 조심스레 앞서 열거한 네 가지 기준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기 바란다. 그러면 그 나무의 역사와 고향, 자란 환경과 배경이 떠오르고 그 나무가 가지고 있는 미덕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바라볼 때 그냥 막연히 보는 것과 어떤 객관적인 잣대를 갖고 바라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어떤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이 갖고 있는 우리와의 상호작용과 정서적 교감을 위해서, 그것을 평가하고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의 틀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멀리 있던 소나무가 보다 가까워지고, 소나무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주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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