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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인가

hallyuforum | 2014.10.08 21:22 | 조회 390
조회 : 568  
우리나라에는 참 축제도 많다. 아마 숫자로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연간 전국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천2백여 개 정도로, 한 달 평균 백 개 정도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축제가 주로 봄, 가을에 열리기 때문에 5월이나 10월에는 전국에 축제가 넘쳐난다. 축제의 절반 가까이가 이 때 열린다. 이때는 대한민국 어딜 가나 축제다. 축제에 밟혀 죽을 정도로 축제가 난무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3분의 1인 4백여 개의 축제는 단 1회성 축제에 그치고 만다. 예산이 남아돌아서, 단체장이 하라고 해서, 한번 했다가 욕만 먹고 얼른 집어치우는 축제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몇 몇 축제를 제외하고는 그 축제가 그 축제로,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난장이 벌어지고, 각설이 꾼이 장판을 어지럽히고, 맛없고 비싼 각종 음식점들이 울긋불긋한 포장 아래 진을 치고, 그렇고 그렇게 다 엇비슷하다. 전야제에는 인기 가수들을 불러다 축하쇼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느 축제든 이것이 빠지면 축제가 안 되는 것처럼 적지 않은 비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예산도 부족한 시골 동네에서조차 축제엔 전야제의 대중가수 공연이 약방의 감초마냥 꼭 끼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다음날부터 반드시 동네 노래자랑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어느 축제를 가나 이 노래자랑이 축제를 찾는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 우선 스피커 소리가 쾅쾅 너무 시끄러운데, 이는 축제의 격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소음공해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 없고 우리끼리 즐거우면 된다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축제가 갑자기 많아진 것은 지자체 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단체장들 즉, 시장 군수들은 축제를 좋아한다. 자신의 얼굴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잠재적인 경쟁자들 보다 한 발 앞서 자신을 유리하게 PR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찬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축제에 들어가는 몇 억 정도의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일 하는 데에는 항상 돈이 없고 예산이 모자란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축제에 돈 쓰는 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축제에 돈을 쓰는 걸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까운 돈을 저렇게 써도 되는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돈이 없어도 축제는 열려야 한다. 왜냐하면 축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일 보다도 축제는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별별 축제 같지 않은 축제가 다 축제의 이름으로 열리게 되는 것이다. 

축제가 돈이 많이 들면서도 가장 비효율적인 자치단체의 행사로 전락한지 오래됐지만, 축제가 단지 소모성 행사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축제의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축제는 누가 하는가. 공무원이 한다. 지역 사람들도 일부 참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공무원들의 일이다. 다들 각자의 업무가 책상 가득 쌓여있어도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서는 군청, 시청을 다 비우고 공무원들이 동원된다. 축제 기간 동안 행정업무는 거의 마비상태다. 축제가 중요하지 민원인들의 바쁘고 급한 사정은 통하지 않는다. 축제에 동원된 공무원들도 고단하고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체장이 관심을 갖고 벌이는 축제에 ‘이런 것 왜 하느냐’, ‘이런 축제 꼭 해야만 하느냐‘ 따졌다가는 다음 인사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각오를 해야 한다. 

어느 지방의 작은 군에서는 일 년 예산의 거의 10분의 1 이상을 축제와 각종 행사 비용으로 썼다. 1년 예산이 3천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군에서 3백억 원 가량을 이런 저런 축제와 행사 비용으로 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쓸어 붓고도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 축제다운 축제가 열리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명분은 지역을 알리고 지역민들의 참여와 화합을 위해 축제를 연다고 하지만, 축제를 통해 지역을 얼마나 외부에 알렸는지, 지역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참여를 했으며, 그 결과 어떤 화합의 효과가 나타났는지, 축제의 결과를 냉정히 분석한 그런 보고서가 나왔다는 예길 들어보지 못했다. 축제에 대한 결과와 성과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그 축제를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주먹구구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 지자체가 축제를 한 번 여는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몇 억에서부터 많게는 수 십 억 원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축제에 들어가는 돈은 한 축제 당 어림잡아 평균 10억 원을 쓴다고 볼 때, 전국에서 천 개가 넘는 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면, 당장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다 정확하게 계산을 해보면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다. 1년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나라, 축제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쓰는 나라, 축제 때문에 공무원은 길거리로 동원되고, 민원인은 일을 못 봐 발을 동동 구르는 나라, 그것이 축제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는 화천 산천어 축제

물론 축제가 지역을 알리고 주민들의 참여와 화합을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경우도 없진 않다. 몇 몇 축제는 문화관광부에서 우수축제로 선정해 지원금도 주고 축제를 홍보해 주기도 하는 등 중요한 지역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문제가 아주 없진 않지만 함평의 나비축제, 진주의 유등축제, 화천의 산천어축제 등이 성공축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축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철저한 준비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무엇인가 사람을 끄는 유인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아무 준비 없이 즉흥적이고 남이 하니까 비슷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자세는 실패한 축제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 축제마다 일정부분 지역적 향토색과 역사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축제의 바탕은 난장과 전야제의 요란한 축하쇼에 묻히고 만다. 지역 축제에 제일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지역적인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는 종합적인 기획력의 부재, 그리고 이를 매끄럽게 끌고 가지 못하는 진행상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역의 공무원들만 가지고서는 이런 축제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도 어거지로 끌고 온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예산이나 인력이 따라주지 못하는데도 반 강제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축제가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런 축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번 멋모르고 갔다가 바가지만 잔뜩 쓰고, 아무런 인상적인 일 없이 실망하고 탈진해 돌아오는 사람이 다시 그 축제를 찾을 일은 없을게 아닌가 말이다. 

아까운 돈만 쓰고 쓰레기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축제, 이것이 대한민국 축제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축제를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기왕에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없는 돈을 써가며, 부족한 예산을 탓하며, 밀린 업무도 못해 허덕이는 공무원들을 축제의 장으로 내몰지 말라는 말이다. 더구나 단체장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자기 얼굴이나 내미는 그런 축제, 그래서 1회성 축제로 끝날 수밖에 없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그런 축제는 제발 그만 두라는 것이다. 좋은 축제, 감동적인 축제는 키우되, 왜 하는지 모르는 축제, 도대체 뭘 주장하는지 아무도 모를, 그런 족보도 없고, 향토색도 없고, 역사성도 없는 난장판 축제는 이젠 제발 그만 두길 바란다.

 

김주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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