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작곡가 한형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부산서 국내 초연
중국 시안 공연이후 70년만에
제작노트·악보 토대로 재구성
이 공연이 광복군 예술선전대장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예술가 ‘먼구름’ 한형석(1910~1996) 선생이 작곡한 한국 최초의 오페라 <아리랑>이다. 그가 1939년 작곡한 항일오페라 <아리랑>은 현제명의 <춘향뎐>(1950년)보다 11년 앞선다. 당대 중국 최고의 판화가인 범리가 포스터 제작에 참여했던 이 작품은 이날 초연 이후 9회 더 연장 공연했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1900년대 평화롭고 자유로운 한국의 ‘아리랑산’에서 살던 목동과 시골 처녀의 사랑과 독립투쟁기를 그렸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지만 일제의 침략으로 조국을 떠나 한국혁명군에 입대해 중국 동북지역에서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35년 뒤 노인이 된 부부는 전쟁터로 나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마침내 아리랑산 정상에 태극기가 펄럭인다는 내용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호소했던 오페라 <아리랑>은 그러나 해방 뒤로는 정작 국내 무대엔 올려지지 못했다. 1948년 동포송환작전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한형석이 악보를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곡과 간주곡 등의 기악부 친필 악보를 바탕으로 중국 공연의 기억을 더듬어 아리랑 제작노트를 중국어로 남겼다.
이 잊혀졌던 한국 최초의 오페라가 처음으로 고국 무대에서 초연된다. 올해 한형석 탄생 100돌을 맞아 결성된 기념사업회(집행위원장 차재근)가 29일 저녁 7시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70년 만의 귀환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제작비가 모자라 단 하루 공연한다.
한형석은 부산 최초의 서양 의사였던 부친 한흥교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펼친 부자 독립운동가다. 중국 신화예술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1937년 중국 최초의 가극인 <리나>를 비롯해 ‘신혁명군가’ ‘출정행진곡’ ‘전사의 노래’ 등 중국어 군가를 작곡했다. 또한 철기 이범석 장군이 지휘하던 광복군 제2지대의 선전대장을 지내면서 ‘압록강행진곡’과 광복군의 국기 게양식 때 의식 음악으로 쓰였던 ‘국기가’ 등을 수록한 최초의 독립군가집 <광복군가집> 1·2집을 발간하는 등 100여곡의 군가와 가곡을 남겼다. 해방 후인 1948년에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부산문화극장 초대 극장장과 부산대 교수를 지냈다.
돌아온 <아리랑>은 아직 완벽한 원곡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팀이 한형석의 음악자료를 문화재로 등록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당시 악보집이 발견되면 원형으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문의 (051)469-197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