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감자탕·김치 등 한국음식이 토론토를 포함한 북미 대도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식당 외에도 토론토의 많은 음식점들이 김치 등 한식을 내놓고 있으며 유명 요리사들이 다양한 고객층의 입맛에 맞도록 나름대로 독특한 맛의 김치를 개발하고 있다.”

토론토스타지는 며칠 전 리빙섹션에 한국음식을 특집 게재했다. 한식이 비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기사는 별로 새로울 게 없지만 스타지의 이번 보도는 비한인들이 운영하는 일부 음식점들도 김치 등 한식을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한 이들 음식점은 단순히 ‘짝퉁 한식’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현지인 입맛에 맞는 퓨전한식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이아가라의 어느 식당은 감자에 김치를 버무린 반찬과 함께 불고기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토론토에 있는 어느 식당은 김치에 당근을 섞어 술안주로 내놓고, 또 다른 식당은 감자탕을 메뉴로 올려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비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한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식을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점차 영역을 확대, 다양한 퓨전한식을 본격 개발한다면 ‘오리지널 한식’을 주로 취급하는 한인식당들의 입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식은 비즈니스의 차원의 넘어 한국문화이자 나아가 미래 한인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식당경영주들은 물론이고 한인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광역토론토에는 약 400개의 한인식당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식당의 경영주와 종업원들을 합하면 2천 명이 훨씬 넘는다. 온주실협 회원 수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렇게 많은 한인들이 요식업계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당을 제외하곤 상당수가 고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인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리고 모국인 이민자 감소 등으로 한인인구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만을 놓고 보면 식당비즈니스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시야를 주류사회로 돌리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식이 아직은 중국이나 일본음식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1990년대나 10년 전에 비하면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요식업계는 인지도에 비례해 메뉴나 시설이 진보했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비즈니스를 크게 불릴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몬트리올에서 성업 중인 한식당 ‘아띠’를 들 수 있다. 6천 제곱피트의 공간을 갖춘 아띠는 불어권 직장인을 주고객으로 하는데 비빔밥·불고기백반·갈비·잡채 등 전통 한식의 고급화를 지향, 큰 성공을 거뒀다. 작년 본보에도 보도된 바 있는 이 식당은 당시 “예약을 다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정도의 식당을 차리려면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고 전문요리사가 있어야겠지만 이젠 토론토한인사회도 그럴 여력이 충분히 있다. 혼자서 하는 게 벅차다면 동업도 한 방법이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하는 전문적인 대형 한식당이 많아진다면 기존의 소규모 한식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캐나다인 한식 애호가가 많아질수록 한식붐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빔밥이 한식세계화의 선두주자가 된 것은 10여 년 전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왔다가 비빔밥에 반해 비빔밥만 찾았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토론토에도 현지의 유명인사들이 갈 만한 한식당들이 생긴다면 한식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토론토의 한식당이 발전하려면 기존의 메뉴에서 벗어나 퓨전한식을 일부 취급하는 문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퓨전한식은 자칫하면 ‘국적불명의 한식’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소리도 있지만 최근 스타 보도에서 보듯 한식 확산에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요리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비어드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퓨전요리의 대가 울프강 퍽은 한식세계화의 해법은 퓨전에 달려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한식은 매우 독특한 맛을 가진데다 식재료들의 식감이 매우 우수해 세계음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세계인들이 한식의 맛에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독특한 맛을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일들은 요식업계의 과제지만 약 2년 전 창설된 토론토요식업협회는 출범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앞으로 분발이 요구된다. 편의점 다음으로 한인 주력업종이라 할 수 있는 요식업계의 재탄생을 위해 커뮤니티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