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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 “한국 홍보는 민간재단 차원에서..."

hallyuforum | 2014.10.08 15:04 | 조회 349
조회 : 555  
기 소르망, “한국 홍보는 민간재단 차원에서...”
“한국의 문명은 미지의 아름다운 여인과 같다. 신비에 싸여있다. 수난이 많았던 역사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스스로를 격리했기 때문이다.”
지한파(知韓派)로 통하는 ‘21세기의 지성’ 기 소르망(佛, Guy Sorman, 67세) 전 파리정치대 초빙교수가 20일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청으로 대강당에서 특별강연을 가졌다. ‘한국문명, 글로벌 시대의 독창적인 자산’을 주제로 약 70여분 간 열린 이 날 강연은 대학생, 중장년층의 청중으로 성황을 이뤘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큰 규모의 대강당은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붐볐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을 가장 안하는 한국인’이라는 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질문자 마이크가 바쁘게 오갔다.
기 소르망 교수는 “요즘의 한국인들은 중국·일본인들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이를 반증하듯 동시통역기를 귀에 꼽지 않고 프랑스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는 강연자의 육성에 직접 귀를 귀울이는 청중도 절반에 가까웠다.
‘중국이라는 거짓말’, ‘원더풀월드’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기 소르망 교수는 2008년 대한민국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을 지내는 등 20여년 째 한국에 특별한 애착을 품어오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 성향의 문화비평가로 뉴욕에 거주하며 강연과 저술, 비즈니스 활동을 골고루 벌이고 있다. 이 균형감각을 말해주듯 그는 이 날 강연에서 온탕과 냉탕을 절묘하게 오가며 청중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에는 매혹의 찬사를, 정부의 때아닌 문화 홍보 정책에는 차가운 조언을 건넨 것이다.
신비롭고 유구한 한국문명
▲한반도의 유구한 문명.그는 우선 한국의 유구한 문명을 언급했다. 문화 홍보에 있어 박물관의 역할을 강조하며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독특한 곳이다. 문명의 태동부터 가까운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모두를 담고 있다. 이런 박물관은 아시아나 유럽 어디에도 없다. 작고 가난했던 한국인들이 수백년에 걸쳐 어떻게 살아왔는가 돌이켜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이어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해 문화 홍보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가지 당부가 있다. 한국 문명은 단절 없이 연속선상에서 이뤄져 왔다. 지금 열리고 있는 실크로드 전시를 보고 감탄했다. 그 기획의 열정을 다시 한번 발휘해주길 바란다.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세계시장에 선보이고 있고 매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한국문명과 연결되어 있다.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역사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해 달라. 한국 고유의 색채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한국미=단순미와 신비로움.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단순미와 신비로움’으로 꼽았다. 그는 청중 구석구석을 확인하듯 일일이 시선을 나누며 나직이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회화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 문화는 정의내릴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저것은 한국 것일 수 밖에 없어’ 하고 직관적알 수 있다. 내전과 갈등 그리고 극심한 빈곤을 지나왔지만 한국의 문명은 단 한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한국과 중국의 회화는 테크닉은 비슷하다. 중국화가는 귀족층의 삶을 화려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한국은 민중의 평민의 삶을 단순화시켜 그렸다. 그 단순미가 좋다.”
그는 또 불교미술을 언급하며 “불화도 부처가 그려지는 방식이 다르다. 중국의 부처는 압도적으로 크고 무겁다. 한국은 신비로운 생명력이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그림을 가져갔지만 이를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도자기나 기와, 도예품들에도 한국성이 스며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무대에 한국문화는 아직 낯설다. 왜?
▲한국인 특유의 폐쇄성.기 소르망 교수는 간소하지만 분명한 단어들로 또박또박 실타래를 풀 듯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19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연구하기 위해 25년 전 서울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한국 문명과 역사에 대한 인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고 고백했다. 자기방어를 위한 한국인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은 개방적이고 활달하지만 문명을 공유하기는 힘들다. 문명을 쉬쉬하고 공유하지 않으려는 면이 있다. 그들의 깊은 뿌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파고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국문화는 왜 아직까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는가? 중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국가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일본 정부는 60년대부터 작정하고 국가 홍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글로벌 기업의 모호한 정체성.석학은 현대·삼성·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유수의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애매모호성이 문화적 모호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삼성의 휴대폰을 사용하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삼성이 일본 기업인줄로 안다. 언젠가 삼성 외국지사의 C.E.O를 만나 ‘삼성이 일본기업으로 인지되는 것에 만족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잘 팔리니까 만족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5%의 사람들만이 한국 제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 소르망 교수의 처방은 ‘꿈’이었다.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코리안 드림’을 통해 국가브랜드로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이폰을 사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 이태리,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부가가치를 전해주진 못한다”고 역설했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브랜드가치라고 지적하며 “한국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할 때. 대학도 글로벌화 하기 위해 반드시 외국인 교수들을 교수진으로 초빙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 교수는 “외국인 유치가 아직 부족하다. 유학생들도 중국계와 한국계들 뿐이다. 한국의 이미지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문화홍보? 민간이 나서고 정부가 밀어주고
강연의 중반을 지나 교수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 홍보 정책에 화두를 던졌다. “왜 이 모든 것을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가 국가의 해외홍보를 모두 떠맡으려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재단을 세워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민간재단 성공사례.“과거 한국 정부는 경제성장에 모든 것을 쏟았다. 최근 문화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당시는 빈곤상태였다. 정부 혼자 힘만으로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 대신 정부는 강력한 기관을 세우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박물관이나 현대미술관 등은 정부가 아니면 서포트가 힘들다. 제도와 정책은 다르다. 정책은 실행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실천을 잘하진 않는다. 민간이 탄력있게 행동하는데 뛰어나다.”
그는 일본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일본은 대형 민간재단을 갖고 있다. 민간기업이 후원하는 재단이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비영리민간재단이 젊은 예술가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960~70년대의 유일했던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을 언급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아티스트는 백남준이었다. 한국 공무원에게 백남준을 얘기하면 모르거나 안다 해도 ‘그자 좌파 아냐?’라는 대답을 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 최고의 문화 홍보대사 백남준을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한국에는 시네마, 아트, 시... 20~30명의 백남준이 있다. 이들이 한국의 홍보대사들이다. 민간재단을 만들고 널리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애매한 한식 캠페인.기 소르망은 또 한국정부가 벌이고 있는 한식 홍보 캠페인의 한계성도 지적했다. “한국은 한식이 혁신적으로 건강한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것만 부각시킨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창의성, 맛과 색에 더 재미를 느끼고 궁금해 한다. 문화는 보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알려야 한다.”
▲해외주재 한국문화원.그는 해외주재 한국문화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한국문화원이 개설됐다는 말은 들었다. 나는 뉴욕에 살고 한국에도 관심이 많지만 뉴욕문화원의 프로그램은 전혀 모른다. 물론 뉴욕문화원이 어딘가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며 “한국 정부는 드문드문 포스터를 만들고 짧은 광고를 만들지만 한국을 제대로 나타내진 못한다. 외국인들이 듣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강연을 마치며 벽안의 학자는 한식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뜨끔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화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음식은 한겹 더 가려져 있다. 외국에서 한식은 별로다. 한번은 청와대 관계자가 프랑스 식당에 날 데려갔다. 그래서 한식을 주지 않으면 당신과는 식사를 안하겠다고 말했다. 음식은 좋은 매체가 될 수 있다. 문화적 꿈을 이루는 것은 경제적 실익이 많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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