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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학교 연 한옥 전문가 신영훈·지용 부녀

hallyuforum | 2014.10.08 22:36 | 조회 482
조회 : 648  
한옥학교 연 한옥 전문가 신영훈·지용 부녀
철학을 짓는 가족을 만나다


한옥은 자연 그 자체다. 세월을 버텨낸 나무에는 숨결이 있고, 자연의 순리와 소박함을 담고 있으며, 사람들의 철학을 품고 있다. 모두가 최첨단을 향해 달리는 지금, 자연을 짓는 일을 업으로 삼고 한옥학교를 세워 한옥을 짓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부녀가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배산임수의 지세를 따라 아담하게 지어진 한옥이 한 채 서 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 ‘고암서방’은 1992년 대목수 신영훈씨(76)가 지은 이응로 화백 기념관이다. 그는 고암서방 외에도 멕시코 대사관에 정자를, 덴마크 국립박물관과 영국 브리티쉬 뮤지엄 내 사랑방을 지었고, 남대문, 미륵전 등 다수의 문화재 중수 공사의 감독을 맡은 한옥 건축의 대가이다.

그는 스무 살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을 분류하고 기록하는 일을 맡으면서 한옥 건축에 발을 들였다. 유물에 담긴 숱한 이야기들이 손을 통해 마음으로 흘러드는 것이 행복했고, 그의 열정을 지켜본 당시 지식인 최순우·전형필·황수영 선생이 그를 문화재 현장에 데리고 다니며 직접 가르쳤다. 현장을 다니며 느낀 점은 한옥에 깃든 조상의 지혜는건축공학과 달라 글로 남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학에서는 같은 자재를 이용해 같은 이론으로 집을 짓는 것과 달리 한옥은 지을 때마다 나무가 달라지고 장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재와 재질, 방향을 잡기까지 충분한 이해와 함께 시간이 걸린다는 것.

“한옥은 공학이 아니라 철학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옥의 안방 아랫목에 있는 야트막한 창의 높이는 사람이 앉아서 팔꿈치를 편하게 얹어놓을 만한 높이며, 두 사람이 포개 누워도 밖에서 들여다보이지 않을 만한 높이예요. 또 한옥에 쓰인 나무는 날카로운 것 없이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워 다정한 느낌을 주지요. 같은 동양이어도 중국, 일본의 나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옥은 잘 지어진 건축물이기 전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입니다.”

신영훈 교장이 지은 강화의 살림집 학사재. 주인의 취향에 맞춰 테이블, 벽난로를 설치한 21세기 한옥이다(사진 위부터).
한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연과 소통하는 집이라고 신영훈씨는 덧붙인다. 모랫바닥, 나무 위에서 살며 병드는 사람이 없듯 대청마루, 흙벽을 이용한 한옥에서 살면 탈이 날 일이 없다. 마루, 마당, 낮은 창을 통해 반은 외부와 개방된 형태로 자연스러운 소통도 가능하다. 외국의 건물들이 석회나 콘크리트를 가지고 입사 기초를 하는 것과 달리 한옥은 모래와 물을 이용해 입사 기초를 다지는데, 모래는 주변의 흙과 연계되어 지진, 태풍 등 어떤 충격이 와도 끄떡없단다. 돌의 무게가 어마어마한 첨성대와 석탑들이 그 자리에서 천 년을 넘게 서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이유 때문이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배움을 쌓은 그는 그의 딸 신지용씨(46)에게도 이러한 지혜를 물려주기 위해 문화재를 연구하는 모임인 민학회에 데리고 다녔다. 신지용씨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한국 건축의 꿈을 키워 건축사를 전공했고, 김동경 건축학 교수와 결혼하면서 전통문화를 잇는 한옥 가족을 이뤘다.

21세기 한옥을 짓는 사람들
신영훈, 그의 딸 지용, 사위 김동경 교수는 올해 3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옛 구만분교에 지용한옥학교를 열었다. 신영훈씨가 외국 땅에 한옥을 지을 때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춰 집을 완성시키는 것을 본 외국 사람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한옥 건축에 대해 묻곤 했었다. 헌데 서양 건물에 대해 줄줄 꿰고 있는 우리나라 공학도들이 한옥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때부터 키워온 꿈이 제대로 된 한옥을 짓는 법을 교육하는 것이었고, 딸과 사위와 함께 드디어 한옥학교를 열게 됐다.

지용한옥학교를 세운 목적은 공학도나 건축가가 아닌 제대로 된 한옥을 함께 지을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입학전형에도 건축 전공자여야 한다든가 하는 까다로운 조건 없이 한옥을 지을 인성을 갖춘 사람이면 된다고 나와 있다. 교수진도 일반강사가 아닌 대학교수, 도편수, 대목, 소목, 설계, 시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1기 학생들도 전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다. 이론과 함께 실습 위주로 교육해 2학기 때는 학생들과 학교 운동장에 정자를 짓기로 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으로 장인들과 함께 한옥을 짓는다는 설렘에 학생들은 의욕이 넘친다.

입학을 하면 기숙사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낮에는 실습을, 밤에는 이론을 공부한다. 겹겹이 나무판이 쌓인 치목장에서는 ‘스윽 싹, 스윽 싹’ 대패 소리가 끊이지 않고 허공에는 뽀얗게 나무 먼지가 인다. 휑한 학교의 운동장이 학생들과 함께 지은 한옥으로 채워질 생각을 하면 신영훈 교장은 벌써부터 뿌듯하다.

“한식, 한복 등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집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처음부터 콘크리트 집을 지었다면 흙에 묻어두는 간장, 된장, 김치 문화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 곳에 맞는 문화가 생기는 거죠. 집이 무너지면 전통이 끊어집니다. 지용한옥학교는 21세기 한옥을 짓는 인력을 배출할 것입니다.”

지용한옥학교의 수업 시간은 항상 따뜻하고 정이 넘친다. 실습 교육이 이뤄지는 치목실습장에서는 한 학기 동안 전기 기계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교칙이다. 입학 조건은 한옥을 지을 인성을 지닌 사람이면 된다. 1기 학생들도 모두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7 신영훈 교장이 감독을 맡은 보탑사 삼층석탑. 터를 잡는데만 1년6개월이 걸렸다.
신영훈 교장이 말하는 21세기 한옥은 한옥의 변형이나 개조가 아닌 말 그대로 한옥이다. 단지 탁자, TV, 침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붙박이나 수납공간을 만들어 편리를 더하는 것이다. 한옥은 조립식 건물로 같은 집이 한 채도 없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인의 취향에 맞게 짓기가 쉽다. 또, 현대식 건물은 무너지면 쓰레기더미가 되지만, 한옥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건축물들을 보면 모두 그 공간에 적합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양쯔강 상·하류의 집만 보아도 구조가 매우 다르지요. 한옥은 한국 땅에서 사람이 살기 가장 좋게 지어진 집입니다. 아파트가 아닌, 우리도 이제 한옥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직한 대목수 신영훈 교장의 목소리에서 전통을 아끼고 이어 나가길 바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진행 / 조혜원 기자 사진 / 강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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