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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부러워 죽겠습니다

hallyuforum | 2014.10.08 22:36 | 조회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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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 : 2010.11.2 화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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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부러워 죽겠습니다
2010년 11월 01일 (월) 15:58:12남기임 기자  kinam@ucnnews.com
  
▲ 캐나다 가제트지에 실린 필자의 사진
세상엔 부러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옆집 아줌마가 새로 분양받아서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도 부럽고 길가에 스쳐 지나가는 여인네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도 그 흔한 똥배 하나 나오지 않고 세련되게 걸어가는 것만 봐도 부럽고 친구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하면 축하한다 하면서도 내심 ‘내 아들은 어쩔래나’ 하며 부러운 건 사실이다. 

복권에 당첨 된 사람의 기사를 접하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에이~내가 복권에 당첨되면 자선재단 같은 거 만들어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도와줄 건데 나는 왜 안 되는 거야.’ 어쩌고저쩌고 하며 부러움 아닌 부러운 마음을 가지는 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그러나 난 워낙 그런 것들에 대해선 관대(?)한 탓에 그저 남의 일이거니 하고 사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해 두해 지나면서 주책스럽게도 왜 이리 부러운 게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 지긋한 나이의 삶을 멋지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부러운 마음이 자꾸만 들곤 한다. 인간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관심이라 할까 어쨌든 그중의 하나가 주말이면 턱수염까지 새하얀 백발성성한 할아버지들이 호호꼬부랑 할머니들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머리 씽씽 날리며 야외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서너 커플이 도로를 달릴 때면 마치 폭주족을 연상케 하는데 이곳에서는 오토바이 부대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오래 전에 은퇴하셨을 나이 드신 분들이다. 젊어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노년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연예인들이나 가지고 있다고 하는 뻔쩍뻔쩍하고 웅장하기까지 한, 바퀴 하나가 웬만한 대형 승용차보다도 더 큰 오토바이를 모두 다 노인이다 싶은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것이다. 

거기다 그 연세에 할머니를 뒤에 싣고서도 백 킬로를 훨씬 넘는 속도로 얼마나 잘들 달리시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선 오토바이를 타면 으레 앞니가 두어 개 정도가 나가거나 사고가 났다 하면 십중팔구 죽기 십상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간혹 어느 집 아들이 오토바이를 사달랬다고 하면 그 애가 정신이 나갔구먼 하고 너도 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다들 난리가 나게 뜯어 말리곤 한다. 또한, 택배 서비스 아저씨들의 오토바이는 을지로, 청계천 할 것 없이 온 도로를 점유하다시피 신호등 맨 앞에 보인다. 

교통을 혼잡하게 하는 그들은 그래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렬로 서서 다른 차들보다 먼저 갈 마음에 ‘준비 땅!’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생각이 드는 게 오토바이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젊은 폭주족들은 날짜까지 정해가며 무슨 공포심이라도 유발시키려는 듯 심야에 몰려 다녀 사회 분위기를 망친다는 생각만 하던 게 오토바이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런 나의 이제껏의 생각들은 차창에 스쳐가는 바람에 다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일반 자동차와 같은 도로를 점유하며 여유만만하게 속도를 같이 하고 달리는 모습. 그 차선의 앞뒤의 차들과 옆 차선의 차들도 그들을 차로 인정하며 당연하게 그 뒤를 유유히 따라가는 여유로운 모습. 

뒷좌석에 물건을 높이 싣고 요리조리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만을 수없이 보고 살았던 나는 의아로움 반 신기함 반으로 차창 밖을 정신없이 바라보곤 했다. 

이곳에선 오토바이를 레저로 타고 있다. 주로 나이 지긋하신 커플들이 주말에 야외로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다. 주말 야외로 나가는 고속도로에서 몇 팀씩은 꼭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들 뒷태만 보면 그야말로 히피족이나 록커들을 무색하게 하는 차림으로 남녀 모두 꽉 끼는 가죽잠바와 가죽바지를 꼭 챙겨 입는다. 머리엔 하나같이 우주모처럼 생긴 멋진 헬맷까지 쓰고 있으니 더더욱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에구 멋져라. '
부러움 때문에 놀라움과 신기함도 사그러든다. 

그런 모습들이 노인들이래서 더 멋진 모습으로 보이는 것일까? 
내가 타고 다니는 찻값보다도 훠얼~씬 비싸다는 아들의 말에 기가 죽으면서도 난 그저 할아버지 허리를 꽉 끌어안고 등에 엎드려 있는 나이 지긋한 여인네가 부러울 뿐이다. 

또한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정년퇴직을 하셨어도 오래전에 하셨을 그런 분들이 일하는 모습이다. 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또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그저 그런 곳이 아닌 시내 유명백화점이니 말이다. 

보통 어느 나라든지 백화점 일층엔 거의 화장품 코너가 즐비하다. 
우리나라 백화점에도 그런 매장 분포는 마찬가지로 백화점 일층에 들어서면 향수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하고 거의가 키만 조금 더 크다면 미스코리아에 한번쯤은 출전해도 괜찮을 만한 여직원들이 상주해 있다. 허나 이곳에선 멀리서 보고나 뒷모습만 보면 세련된 아가씨가 돌아서면 에구머니나! 자글자글 할머니가 아닌가. 

이십대를 방불케 하는 겹겹이 껴입는 패션…. 줄줄이 매달고 늘어뜨리는 악세서리. 잉? 어디 파티에 가시나? 하는 세련된 화장. 그런 모습의 손주 서넛은 너끈히 두셨을 분들이 화장품코너를 맡고 계신다. 

자신만만한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옆의 계산대엔 확인 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엔 눈도 잘 안보이시는 같고, 그래서 그런지 얼마나 천천히 움직이시는지 숨 막힐 것 같은 답답함을 연출하는 분이 계시니 그분이 바로 30년 넘게 계산대를 맡으셨단다. 

아니 저분이 계산을 제대로 하실까? 염려 반 짜증 반으로 지켜보는 내게 눈치 빠르게 먼저 말을 꺼내신다. “걱정 말아유~ 이래뵈도 삼십 년 넘게 일했수.~” (물론 꼬부랑말로) 
‘에구구~ 들켰네요.’ 

돌아서며 나 혼자 중얼중얼한다. 
‘할머니 죄송합니다요. 제가 원래 순종한국산이라서 성질이 좀 급한가 봐요. 근데요오~ 그연세에 고객들 줄 쫙 세워놓고 자기 일이 있다는 건 참 부럽네요!’ 

주말이면 가끔 가족들과 볼링장을 찾는다. 
우리 동네 볼링장은 78개의 레인이 있는 무척 넓고 좀 특별한 볼링장이다. 
마치 디스코텍이라고 할까? 지금 젊은이 식으로는 클럽이라고 해야 하나? 

어둠침침한 조명에 디스크자키가 있고, 레인에 드라이아이스가 시도 때도 없이 깔리고, 사이키 조명이 번쩍번쩍하고 노래방 천장에 달려있는 오색등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분위기를 잡는다. 아이들 말로는 조명발을 받아야 하니까 그 볼링장에 갈 땐 필히 하얀색 옷을 입어 형광빛을 발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물론 시원한 보리음료를 마시는 건 기본이고 스트라이크라도 치게 되면 물론이고 시도 때도 없이 너도 나도 신나게 흔들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그런 볼링장에 커플끼리 색깔 맞춰 티셔츠를 입고 삼삼오오 팀을 이루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 또한 부러움의 대상, 어르신네들이 아니신가. 

옆에서 난리치며 노는 아이들에게 질세라 너무도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들이다. 
젊은이들 눈치 보는 일 절대 없이 네 인생은 너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는 옆의 할아버지 도움을 받아 두 손으로 서서히 공을 굴리시기도 한다. 

난 어느새 아구 허리야, 다리야를 밥 먹듯 하는데 앞으로 일이십년, 아니 이삼십 년 후에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다리 쩔뚝거리며 가족들 따라 볼링장을 찾을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는 가고 싶으면서도 아마 ‘아니 됐다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어울리지 못하는 의기 소침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어찌해야 하나? 이 부러운 마음을 어찌해야 하나? 
물질이 부러운 것도 아니다. 외모가 부러운 것도 아니다. 
난 그저 그런 마음이 부러울 뿐이다. 

사그러지지 않는 열정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부러움을 부러움으로 남길 수는 없다.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나를 지배하지 한다 해도 나의 정신과 나의 마음만은 내가 다스려야 하지 않겠는가. 자꾸만 사회에서 나를 관심 밖으로 밀어 낸다 해도 내 자신이 먼저 다가가 보도록 해야겠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노화되는 건 막아야겠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내 본연의 열정까지 나이 먹게 할 수는 없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삶을 만들어 봐야겠다. 
“당신이 부러워 죽겠습니다!” 

남기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국음식전문점 '아띠'를 운영하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촌뉴스 캐나다 지역 주재 기자로서, 이국의 땅에서 만나는 문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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