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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전통문화예술을 통한 한국의 문화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 - 한글을 중심으로

hallyuforum | 2014.10.08 22:23 | 조회 423
조회 : 487  

아주 좋은 논문입니다. 

우리 포럼이 지향하는 바와도 궤를 같이 하는 글이니, 시간 나실 때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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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예술을 통한 한국의 문화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

- 한글을 중심으로 -

안 장 혁

 

1. 들어가면서 : 국가이미지 제고 전략, 문화브랜드가 희망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가치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즉 국가 경쟁력의 판단심급이 경제, 정치, 군사 등과 같은 이른바 ‘하드파워’적 지표로부터 문화나 국가이미지와 같은 ‘소프트 파워’적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문화 제국주의’ 이니 ‘상징적 자산’이니 하는 용어들이 우리시대의 새로운 담론유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실물가치’에 환원되지 않는, 말하자면 무형의 ‘상징가치’라 할 수 있는 한 국가의 문화지형과 국가이미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바로 그 방법론적 기준모색에 대한 성찰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다. 말하자면 국가를 일종의 기호학적 환경으로 그리고 문화를 하나의 ‘텍스트’로 각각 상정함으로써, 한편으론 국가이미지가 포괄하는 상징적․감성적 가치들의 심층구조를, 다른 한편으론 문화주체들 (문화발신자와 문화소비자)간에 소통되는 심미적 의미작용을 기호학적 시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국적 문화코드를 ‘전통문화(특히 한글을 중심으로)’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일차적으로는 근대화담론에서 소홀히 다루어져온 전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나아가 한국의 문화브랜드 제고를 위해 이른바 한국의 전통적 ‘아비투스’를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코드화 하자는 게 본 연구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향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화의 무대에서 상호 문화적 주도 토포스로 자리매김 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2. 전통문화의 재코드화 및 브랜딩 전략

 

2.1. 전통문화의 패러다임

 

다문화주의 시대를 맞아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담론들의 주된 테제가 ‘전통’으로 귀결되고 있다. 전통(민족)문화는 문화구성원들의 보편적 삶의 문법이자 세계 속에 민족의 존립근거를 주체적으로 마련하고 삶의 자주성을 획득해 주는 일종의 문화코드라 할 수 있다. 전통문화라고 지칭되는 모든 영역들은, 한편으론 독자적 존재논리와 개별적 의미공간들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이들 개별영역 들의 상징성과 내적 원리를 메타층위에서 통합적으로 규정해주는 보편적 '에피스테메'를 필요로 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노선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전통문화를 유/무형문화, 물질/정신문화 등으로 이분화해서 세목별로 접근하는 계열체적(미시적) 방법론과 전통문화 일반을 하나의 ‘대서사’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통합체적(거시적)분석을 도모하는 방법론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는 문화인류학적․민속학적․역사실증주의적․사회심리학적․해석학적․비교신화학적․구조주의적․문화기호학적 등의 방법론적 틀에 기댈 수도 있을 것이다. 계열체적 접근방식의 경우 '소서사'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통해, 그리고 통합체적 접근 방식의 경우엔 한국적 전통의 원형, 즉 한국적 멘탈리티의 심층코드를 총체적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외국인에게 한국적 ‘문화아비투스’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소르망은 2006 국제포럼 “문명과 평화”에서 한국의 경우 문명 간의 대화를 주도할 대표적 장르로서 "팝 컬쳐(rock music, TV sitcoms and popular movies)"를 추천한 바 있는데, 이는 그간 대외적으로 “폄하되어온” 한국의 문화 이미지를, 모더니티의 가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국가이미지 제고작업을 서둘러야한다는 시각으로 읽힌다. 이는 결국 자칫 독백에 머물고 말 고답적인 ‘전통’적 가치보다는 세계화에 편승할 보편적 대화거리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일견 절차상의 오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문화란 카시러Cassirer가 강조한 바처럼 동시대의 구성원들이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가운데 유지되는 고유한 “상징형식”의 체계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말하자면 전통은 과거로부터 전승된 고정불변하는 문화적 실체라기보다는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들의 관심에 따라 ‘지금-여기’에서 재구성되는 문화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국가(문화)이미지 제고 전략에 있어서 전통적 가치는 더 이상 모더니티의 그늘에 가려지는 의존변수가 아니라 독립상수임을 고려할 때, 필자가 제안하는 방법론적 절차는 다음과 같다 : 한국의 문화이미지에 대한 재검토 및 반성작업 선행 → 전통적 원형가치 발굴 및 핵심 코드 도출 → 상호문화성을 염두에 둔 소통성 타진 → 타자(외국인)와의 공명共鳴 및 반향정도 파악 → 재검토의 피드백.

 

2.2. 전통문화의 기호범주: 범주별 서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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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열체/통합체적으로 범주화하고 이에 대한 영역별 스펙트럼과 독자적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족적 신화소에 근거한 '이야기 거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란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는 모든 기호 형식들(제의, 춤, 장식, 의복, 음식, 기념물, 그림 , 경치 등)이 드러내는 기호 작용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개별영역별 전통 양식들이 품고 있는 잠재적 메시지들을 타자(외국인)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재코드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의 기법과 스토리콘텐츠가 중요시 되는 대목이다. 스토리텔링은 개별 전통양식들이 담지해온 신화소들에 서사의 옷을 입혀 타자의 ‘상상계’를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창출해내는 문화적 연출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객관적인 정보 그 자체보다는 경험주체를 통한 잉여의 상징성을 전달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볼 때 스토리텔링은 화자(발신자)의 잉여욕망과 타자(수신자)의 욕망결핍이 조응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욕망코드의 상호작용인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에게 흡입력있는 버쳘리얼리티를 선사할 수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 가치는 무엇일까? 이에 본 연구는 한국전통문화의 서사를 소서사(계열체)와 대서사(통합체)로 나누어 중층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섬세한 해석을 기반으로 인류보편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체를 개발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의 주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사건과 존재물(캐릭터, 아이템, 장소)이 갖는 고유의 메시지와 기호가치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후에 가치영역별 테마와 컨셉을 잡아야할 것이다.

 

 

2.2.1. 계열체적 서사전략

 

 

먼저 계열체적 서사전략을 보자면, 예컨대 2003년 경주세계 문화엑스포의 주제영상물로 기획된 「천마의 꿈」은 디지털 기법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예가될 것이다. 「천마의 꿈」은 한국의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입체애니메이션으로서 ‘만파식적 설화’, ‘의상대사와 선묘설화’, ‘기파랑 설화’등의 한국의 전통설화를 디지털 판타지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경복궁의 경우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산과 평지 사이에 있기 때문에, 규모만 내세운 중국의 자금성이나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과는 달리 자연경관이 주요한 기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스토리텔링'의 콘텐츠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경우, 팔만대장경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불교적 원형사상 외에도 발전된 문자문명이라는 지식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유네스코에서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한 바 있는 판소리는 ‘한恨’이라는 음의에너지와 ‘흥’이라는 양의 에너지가 융합되어 불러일으키는 미적 정서를 서사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는 원형 보존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가 요구되는 예술분야이다. 판소리를 세계 보편적 문화소로 끌어올리기위해서는 판소리 음악의 기호화나 전산화, 외국어로의 번역 등 실천적인 작업과 함께 외국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양(꽹과리와 징)과 음(장구와 북)이 어우러진 상생의 원리와, 신명과 화합의 소리를 핵심코드로 하는 ‘사물놀이안Samulnorian’도 그와 유사한 서사전략으로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하나가되어 공연자와 구경꾼간의, 그리고 남녀노소간의 구분과 계급적 차별 없이 탈중심적 유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컨셉은 세계인들의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서사코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낙화암과 같은 경우엔 '백제라는 나라가 망했을 때, 삼천명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꽃처럼 떨어져 국가의 운명과 목숨을 같이 한 낙화암'과 같은 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이다. 독일의 로렐라이의 경우 전설하나를 가지고 하이네는 시를, 슈베르트는 노래를, 화가들은 그림을 만들어냈으며 기업인들은 관광상품화에 진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라인강의 작은 언덕하나가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관광자원이 되었을 뿐 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문화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지의 경우를 보자면, NASA의 지원을 받아 한·미 공동으로 한지를 이용한 우주선 보호 장비나 로봇제작 연구를 한 바 있고, 한지스피커, 한지로 만든 의복이 존재 할 정도로 일반 옷에 비해 원적외선 방사율이 최대 9배 높다는 사실을 핵심가치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복의 경우엔 융통성의 미학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양복은 체형이 바뀌면 처음 맞출 때의 허리규격과 달라져 바지를 입을 때마다 고통을 겪는데 반해, 한복은 처음부터 자로재지 않고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미리 디자인되어있다. 품이 넉넉하기 때문에 풀어 입을 수도 있고 조여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치수가 잘못되면 옷에다 사람의 몸을 맞춰야하는 주객전도의 양복문화, 그것이 인간소외 현상을 낳는 것이라면 넉넉한 한복의 허리춤은 인간을 향하는 멘탈리티가 극대화된 융통성의 문화라고 서사화 할 수 있을 것이다.

 

2.2.2. 통합체적 서사전략

 

문화적 정체성이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전통과 타문화간의 접촉/길항/착종을 통해 나타나는 변화까지도 포함하는 탄력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통합체적 서사전략을 위해서는 전통문화의 진화과정을 통·공시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전통미 형성과정의 내적 원리를 역사·맥락적 차원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시점에서 전통 재코드화의 작업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그런 후에 전통예술 중심의 메가 문화 이벤트(올림픽, 국제도서전 등)를 통해 세계인의 스키마를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연을 기억하는 문화’, ‘구성원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세계관’ 그리고 ‘노동과 여가의 융합’등의 가치들이 지나가 버린 과거의 전통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상향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오래된 미래상’임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전통문화/서구문화/동아시아 문화 (중국, 일본) 등 3개의 거시적 패러다임간의 대화적 상호성과 복합적 역학구조를 조명함으로써 역사성과 내적 다원성을 파악해내는 일이 긴요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서양의 문화적 코드차이를 이분법적 구도 하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최대한 경계해야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베버식의 시각은 서양과 동양의 핵심기호를 역동성과 정태성이라는 이원 논리로 보고 있는데,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핵심코드가 ‘정중동(靜中動)’,‘한과 흥’, ‘카오스모스’등 양가적 가치의 기호작용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간과한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의 전통가치가 조응해온 근대화/ 탈근대화 담론을 살피는 일이다. 과학․이성중심주의에 충실히 귀기울여온 근대적 ‘진보담론’은 근대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신념과 제도를 미신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기고, 이것을 극복과 탈피의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 가치인 공동선과 유대감 그리고 심미적 감성과 자연친화적 감수성을 희석시켜왔다. 근대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는 개발가치가 적고, 비과학적인 미개문화라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 논리를 뒤집으면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심미성과 고도의 생태가치가 녹아있음을 반증한다. 그리고 이러한 탈근대적 인식은 전통을 ‘근대성’의 도구적 합리성을 지적하는 일종의 ‘대항담론’으로 거듭나게 했다. 탈근대성담론을 통해 우리는 근대성을 내부로부터 해체해 근대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긍정의 요인들을 새로운 계기들과 함께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방식을 획득하게 된다. 이 경우 전통(특수)과 세계화논리(보편)간의 적실한 접점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 관건이 될 것이다. 이것이 실패할 경우 전통의 긍정적 측면이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에 의해 파괴되고, 전통의 부정적 측면은 세계화의 긍정적 계기를 저해하는 상극효과를 야기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근대/탈근대의 변증법적 기호작용에 기대어, 전근대적 전통 속에서 긍정적 기제로 작용해온 생태학 사상과 가치를 재코드화 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의 코드범주를 심미적 코드/ 실용과학적 코드/문화생태적 코드로 나누고, 이 범주 안에서 다시 소박·질박·자연미, 신명·풍류미, 흥과 한의 변증법, 복잡계·프랙탈적 미학, 테라피 컨셉, 로하스LOHAS적 가치 등의 핵심코드를 짚어보고자 한다.

 

2.3. 전통문화의 코드범주

 

2.3.1. 심미적 코드 : 예술 종교적 코드

 

(1) '아우라지' : ‘아우라지’는 한마디로 ‘어울림’의 세계관을 의미한다. 유교적 문화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나라이면서도 '아시아적 가치'를 변용하여 서구의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수용하는데 가장 개방적인 점이 이를 말해준다. 예컨대 윤이상은 동북아 전통음악의 음악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서구악기로 연주하는 기법을 만들어냈다. 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주요음Hauptton과 주요음향기법 이론 그리고 음악적 실천양식은 전통-현대, 한국-서구예술의 다양한 자원을 창조적으로 접합한 ‘어울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그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상생적 서사구조’가 세계인들에게 ‘평화지향적 서사구조’로 심화․확산될 수 있었던 미적 계기가 바로 아우라지적 심미성 때문이었다. 우리 문화의 심미적 코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감성기호는 풍류미다. “풍류미는 놀이와 예술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 진리와 도의 탐구” 등 지적․윤리적․심미적 코드가 함께 드러나는 총체적 기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미를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감으로부터 취하고자한 서구미학과는 달리, 우리의 풍류미는 미의 주체와 대상, 미의 창출과 수용 간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 자체가 중요한아우라지의 미학인 셈이다.

 

(2) '흥興'→'한恨', '한'→ '흥' : 우리의 전통미에서 흥과 한은 생성·순환적 생명미학을 대표한다. 한에는 모두가 하나가되는 ‘일체감’이 있고 흥에는 하나가 모두로 확산되는 다이내믹한 역동성이 숨쉬고 있다. 심광현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깃들어있는 기호작용을 흥/한의 변증구도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한국의 전통음식과 전통건축, 정원의 조성과 복식, 기공과 한의학 등 모든 생활문화의 기층에는 프랙탈 흥의 미학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흥'에는 대상과의 일체(물아일체)/ 부분에서 전체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역동적․참여적․상승적․생태학적 코드가 담겨져 있다.

 

(3) '카오스모스' : 카오스모스는 혼란스런 균형, 혼돈적 질서, 역동적 균형미 등을 의미한다. 우리의 전통사상은 미분절 상태인 Chaos와 분절화 되면서 변별적 특징을 획득해가는 cosmos가 공존하는 미학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이나 ‘짝짝~짝 짝짝’ 등과 같은 붉은 악마의 응원기호들은 카오스모스적 기호작용을 드러내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칭적(이분법적) 박자감(질서)을 거스름으로써 역동성을 극대화시키는 일탈의 기호작용이 붉은 악마의 ‘엇박’함성 속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하의 시각을 빌리자면 앞의 3박이 역동․변화․혼란․움직임, 즉 양/남성/하늘/불이라면, 뒤의 2박은 안정․균형 ․평화․질서, 즉 음/여성/땅/물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엇박은 유클리드 적으로 구획된 질서의 박자가 아니라 프랙탈한 불규칙성의 변주를 생명으로하는 역동적인 박자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멘탈리티가 코스모스의 공간과 시간 안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를 길어올렸다면 우리의 사고원형은 코스모스와 카오스의 상보성 속에서 순환과 회귀의 세계관을 움틔워냈다.

 

(4) 복잡적응계/프랙탈적 : 복잡적응계/프랙탈적 코드는 서구의 인과론적·환원주의적 가치관에 대립되는 코드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에는 자연의 불규칙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껴안거나 활용하려는 태도가 배어있음에 반해, 서구의 '근대화'는 자연을 규격화함으로써 프랙탈을 유클리드화하는 과정을 모범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5) 퍼지(fuzzy)적 자연미 : 퍼지성이란 1/ 0, 유/무의 논리처럼 디지털적 이분법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무한히 열려있는 아날로그적 스펙트럼을 의미한다. 예컨대 '두서너 時’와 같은 한국적 시간표현방식이나 한옥의 처마 같은 곡선미는 일견 매우 모호하고 애매한 시간관념과 형상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퍼지논리학에 따르면 이는 폭넓은 미감범주와 고도의 생태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한식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이기도 하다. 날 것을 0으로 보고 구운 것을 1로 보았을 때, 한식의 ‘곰삭인 맛’과 비빔밥은 퍼지적 미각영역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구의 근대화논리가 이처럼 모호한 퍼지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오늘날과 같은 탈근대적 사회에 와서는 오히려 이러한 애매모호함이 주목받게 되었다. 예컨대 퍼지이론을 이용해서 세탁물의 엉킴현상을 해결한 카오스 세탁기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정확한 합리성보다는 애매모호하고 혼돈스러워 보이는 퍼지와 카오스가 더 유용하고 인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2.3.2. 문화생태학적 코드화 : 자연을 기억하는 문화

 

독일의 문화학자 아스만Jan Assmann은 인간의 ‘기억’행위를 네 가지로 유형화하면서, 그 중 특히 집단적 기억 형태와 관련하여 “소통적 기억”과 “문화적 기억”을 강조 한 바 있다. 이 두 기억은 모두 기억주체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전체가 과거의 공동체적 행위와 신념체계를 기억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성을 갖는다. 하지만 소통적 기억이 단순히 ‘기원Ursprung’이나 ‘원형Archetype’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화적 기억이라면, 문화적 기억은 집단적 정체성의 “보편의미Gemeinsinn"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재구성되어왔는가를 주시하는 사회적 기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적 기억은 단순히 ‘절대적 전통가치의 보존’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전통에 절대성을 보증해준다는 것은 전통을 모더니티의 대립자로 규정함으로써 이분구도에 갇히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스만의 테제는 전통가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의 전통사상은 자연을 타자화된 지식의 대상으로 보는 서구의 ‘에피스테메Episteme’가 아니라 자연을 지혜의 터전으로 삼는 ‘프로네시스Phronesis’를 지향해왔다. 이는 자연을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동근원성을 일깨워주는 문화라는 의미이다. 생태위기와 사회문화적 위험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현대적 재코드화는 이런 의미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예컨대 독일은 문명과 자연(환경)간의 공존 논리에 충실해온 몇 안 되는 환경선진국이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의 기술 선진성을 함축하는 메타포라면, 친환경주의·친자연주의는 독일이 표방하는 환경 선진적 기치라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우리가 대독문화교류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한 가지 중요한 전략적 노선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생태주의’나 ‘웰빙주의’ 같은 친자연성을 테마로 하는 문화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2005년 프랑크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프랑크푸르트시에 한국 정원을 건립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2.3.3. 로하스 LOHAS적 가치실현

 

산·수·방위·인간을 하나의 생명네트워크 로 파악했던 풍수지리문화의 탈근대적 실천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환경생태와 문화적 활용간의 선순환적 피드백원리를 코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자연을 대상화 및 도구화하는 기계론적 발전사관이 아니라, 자연적인 氣의 순환에 부응하며, 자연지형이 잉태해놓은 프랙탈한 형상과 기운에 共鳴하려는 생태학적 태도를 의미한다. 예컨대 우리의 한옥은 주름진 자연지형을 건축의 내재적 구성원리로 끌어들이면서, 겨울의 온돌과 여름의 마루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해있는 생태형 공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지형을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대상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주거-물-산-바람-햇빛 등의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져 생동하는 생태기호로 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적 웰빙이라 할 수 있는 로하스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3.4. 실용과학적 코드화 : ‘테카르트(Tech + Art)'

 

실용과학적 코드화 전략에서는 자연적 '신화소'를 과학적으로 체계화시킨 점과 웰빙코드에 상응하는 테라피 컨셉을 우선적으로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온돌문화, 김치냉장고 등을 통해서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테카르트’적 가치를, 그리고 향(↔향수), 황토방, 숯 등을 통해서는 영성적 문화가치와 테라피적 기호를 문화코드화하는 서사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2.4. 전통 재코드화 전략의 성공사례 : ‘신 일본양식 Neo Japanesque’

 

일본이 전통 재코드화 전략의 일환으로서 'Neo Japanesque'를 국가브랜드 전략의 새 기치로 표방하고 나섰다. 이러한 전략적 새틀짜기의 배경에는 그간 일본의 국가 브랜드로서 첨단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Made in Japan'이, 한국과 중국 등의 추격으로 인해 대표성과 차별성이 희석화되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기존의 첨단기술력이라는 하드파워적 브랜드에다 전통적 가치라는 '소프트 파워적' 이미지 기호를 접목시킴으로써, 기존의 ‘이코노믹 애니멀’이미지로부터 차별화된 국가 브랜드 (이미지)제고 방안을 전략적으로 모색한 시도로 읽힌다.

 

2.4.1. 유럽 내 일본 (전통)문화의 소통미학 : 스밈과 배어남

 

(1) 지적 코드 : 1970년부터 유럽에 진출 해있는 하이쿠동호회를 통해 일본의 전통시인 하이쿠를 유럽의 엘리트 문화로 정착시켰으며, 약 50여국(1000만 명 이상)에 하이쿠관련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2) 민족성 코드 : 일본의 전통무술인 검도와 사무라이 정신을 통해 정중함, 예의, 신의,

검소, 용기 등의 민족성코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본

의 ‘스밈과 배어남’의 전략이다. ‘스밈’은 타자에게 자기 것을 내보여주는 발신행위라면 ‘배어

남’은 타자가 그것을 받아들여 자기고유의 방식으로 체화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내에 “다께다 가문”을 이어가는 외국인이 늘어간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해준다.

 

(3) 패션 코드 : 기모노(전통의상)와 구마도리(가부키 배우의 입체화장술)를 통해 일본의

'전통미'(마네킹)를 '세계미'로 증폭시키는 전략을 펼친다.

 

(4) 심미적 코드 : 일본의 민예품(옻칠 공예)은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와 조선의 가

구공예예술을 창조적으로 수용한 경우이다. 유럽의 모던한 디자인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장

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일본 고유의 미니멀리즘을 융합하여 재코드화 하는데에 성공한 것으

로 보여진다.

 

(5) 판타지 코드 : 만화/게임 등과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주인공캐릭터를 통해 스토리

텔링을 시도한 전략이 유효했다. 캐릭터의 의상(코스프레)체험 및 게임을 통해 음악까지도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게 한 패키지테마화가 주된 전략이다.

 

2.4.2. ‘Neo Japanesque’가 주는 시사점

 

(1)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차별화된 국가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하는 '법고 창신' 의 노력이 필요하다.

 

(2) 스밈(작용)과 배어남(창조적 수용)의 소통성에 기반하는 문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일본의 민족성코드에서 밝힌 바처럼 문화의 발신주체와 수신주체간의 상호작용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전통문화가 독일에 스며들어간 경우를 보자. 광부와 간호사 파견이라는 역사적 특이성에 주목한다면, 독일은 유럽에서 한국의 교포문화가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따라서 독일이 경험하게 된 ‘한국적인 것’이란 이들 교포들을 통해 접하게 된 문화유형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태권도와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가 독일인들의 심상에 초기이미지로 각인되어온 셈이다. 그러나 문화전파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불가피한 경우이긴 하지만 교포들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일반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와 원활한 정보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독일내의 한국문화에 대한 기존의 잠재적 문화 향유층들을 실제적인 마니아층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보다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홍보프로그램 마련이 화급한 과제인 셈이다.

 

3. 韓 사상, 그 오래된 미래로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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