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창극 심청의 孝에 빠지고… 종묘제례악에서 禮를 느끼고…
한국인이면 다 아는 이야기 심청전. 효녀 심청이 자신을 희생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스토리는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정서적 바탕을 이루는 ‘효(孝)’를 알리기에 더 없이 좋은 문화콘텐츠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는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창극 ‘청(청)’이 무대에 오른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11, 12일)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각국 외교사절, 기자단, 국제기구 관계자가 초청됐다. 공연을 준비한 국립창극단은 효 사상과 해학, 한(恨)이 담긴 심청전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의 정수를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한국 음악극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제작해 2006년 전주 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했다. 전통 판소리를 무대화한 창극이 중국의 경극(京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와 비교할 만한 음악극 장르인데도 경극이나 가부키에 비해 아직 세계인에게 생소한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뜻도 담았다.
11,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을 선보이는 특별공연 ‘한국의 멋, 한국의 미’가 열린다.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처용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인형극’ 등 5종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조 역대 왕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음악과 노래, 춤을 통칭한다. 세종 때 창제돼 세조 9년(1463년)부터 제사에 사용된 종묘제례악은 2001년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됐다. 2005년 등재된 판소리는 유럽을 중심으로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흥보가’ 중 일부를 김수연 명창이 15분가량 선보인다. 처용무와 강강술래, 남사당놀이는 2009년 등재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
국립국악원 김명석 계장은 “15세기 음악인 종묘제례악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이라며 “민중의 예술인 남사당놀이와 궁중 음악인 종묘제례악을 동시에 소개해 한국 음악의 다양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G20 행사장인 코엑스와 인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는 9∼12일 ‘G20 봉은사 템플라이프’를 열어 각국 외교사절과 기자들을 초청한다.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연회(緣會) 국사가 창건한 봉은사는 도심에서도 산사(山寺)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사찰로 꼽힌다. 참석자들은 발우공양, 참선, 예불 및 스님들과의 차담(茶啖)을 통해 불교의식 속에 담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한다.
정명훈 씨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G20 정상회의 기념음악회’를 연다. 이 공연에서는 말러 교향곡 1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선보인다. 이 행사에는 국내 외국인노동자 600여 명도 초청해 G20을 계기로 각국의 화합을 모색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