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귀신을 쫓는 것으로 우리 겨레는 붉은빛을 좋아했습니다. 먼저 동지나 이사할 때에 붉은빛의 팥죽을 끓여 먹고 대문이나 문설주 등에 뿌려 부정한 것이 끼어들지 못하게 합니다. 또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팥, 수수, 대추 등의 붉은 곡식이 주를 이루고 있고 또 붉은빛의 약식을 해먹습니다.
또 유둣날에는 밀누룩을 구슬처럼 만들어 붉은 물을 들인 다음 허리에 차고 다니거나 문설주에 매달아 놓기도 했지요. 그런가 하면 아들을 낳았을 때와 간장 항아리 그리고 집을 상량할 때나 샘을 새로 팠을 때 치는 금줄에도 붉은 고추를 달아놓습니다. 중양절에는 여성들이 붉은 산수유 열매 가지를 머리에 꽂기도 했고 또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불똥이 튀어 치마에 구멍이 나면 음습한 곳을 찾아다니는 귀신을 쫓으려고 붉은 헝겊으로 구멍을 꿰매기도 했으며, 결혼하는 신부가 연지를 찍는 것도 그런 뜻이 있었습니다.
연산군실록 11년 (1505)에 보면, 역질을 쫓을 때 사람이 너무 많이 등장하므로 줄이라고 하는데 “방상씨(方相氏)와 귀신을 부르는 사람은 줄이지 마라”고 합니다. ‘방상씨’ 또는 ‘방상시’는 곰 가죽을 쓰고 황금으로 만든 눈 4개를 달고 검은 곳에 붉은 치마 입고 창을 짚고 방패를 들었던 사람인데 오늘날엔 짚으로 만들거나 가면 등으로 방상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도 붉은색이 쓰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방상시 가면 유물로는 호우총(경주시 노서동에 있는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4목(目)의 목심칠면(木心漆面)을 꼽으며 이는 중요민속자료 제1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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