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문화, 세계와 소통하려면 그 속에 서린 정신 되살려야”

종가문화의 의미를 찾아보고, 국내를 넘어 세계 속에서 종가문화가 하나의 한국 문화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학술행사가 마련됐다. 우리나라 종가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경북도가 주최하고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주관하는 ‘2010 종가 포럼’이다. ‘500년 종가문화, 세계와 소통하다’란 주제의 포럼은 16일 오후 1시30분 코엑스에서 열린다. 포럼에는 문화공연과 국내외 학자들의 주제발표, 종가의 내림음식 전시·시식회, 최근 개발된 종가의 문장·인장이 소개된다.

서울대 김광억 교수는 ‘종가문화의 세계화-가치, 가능성,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한다.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김 교수는 종가문화의 발전과 세계화 등을 위해서는 “종가·종가문화가 하나의 문화관광 상품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종가문화가 외형을 피상적으로 살피는 관광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와 유교문화의 세련된 형식을 보존하고 실천하는 역사문화의 장으로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종가문화의 단순한 관광상품화를 우려한다. 고택방문 등 일부 관광상품은 단순히 현대인들의 향수를 충족시키거나 호기심을 채워주고, 양반집 구조·건축 등을 둘러보는 물질적 관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제사조차도 하나의 구경거리로 보여진다는 것. 김 교수는 “종가에 서린 정신적 문화의 구체적 내용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며 “종가에서 실천되던 문화를 발견하고 체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가 종가문화 보존의 당위성과 의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한국학자인 베르너 삿세 한양대 석좌교수는 ‘한국인이 잊고 있는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이란 기조강연을 한다. 무용가 홍신자씨의 남편인 삿세 교수는 강연문에서 “전통 문화의 카피가 아니라 전통문화 속에 담긴 기본원리들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화려하고 신기한 겉모습에만 관심을 갖거나, 전통문화의 표면만을 건드릴 뿐”이라며 “전통문화 속에 숨겨진 의미, 전통문화 요소들의 기본원리, 기능을 찾아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국학 권위자인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 교수는 상속문서와 입양문서·족보 분석을 통해 조선에서의 종법확립은 17세기 말에 이뤄졌다는 내용의 ‘17세기 말 한국에서의 혈통원리의 변환’이란 주제를 발표한다.

포럼 부대행사로 마련된 ‘종가음식으로의 초대’에는 12개 종가의 종가별 내림음식, <음식디미방>과 <수운잡방> 등 옛 조리서에 실린 음식을 재현한 먹거리 등이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