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한류의 전령사, 이부미 작가

고급한류의 전령사, 이부미 작가

나의 사무실에는 이부미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아침마다 출근하면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이 작가의 그림이 나를 반겨준다. 일에 찌들려 있을 때 한번 씩 눈을 들어 이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피로가 달아나고 눈이 싱그러워 진다. 특히 한글을 주제로 한 한지작품을 배경으로 일하다보면 좋은 기를 받아 생산성이 쑥쑥 늘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한지로 만든 그림.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차츰 알아가다 보니 품격이 느껴진다. 천년을 썩지 않고 견디는 종이는 한지 밖에 없다고 한다. 서양의 종이는 밀가루 반죽처럼 밀대로 밀어서 펴 논 4각형 수제비 판형인데 비해서 한지는 섬유소로 이루어진 천인 fabric paper로 서양 종이와는 차별화가 된다. 최근 한지는 종이와 공예품을 넘어 직물, 의복, 어뢰의 공격에도 가라않지 않는 철판 대체 소재 등 최첨단 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화살전쟁 시절엔 방탄복으로도 사용했다. 현대는 우주 방사선 투과를 막는 우주복으로 이용 가능하고 첨단 음향스피컨 우퍼 용지로 이용된다.

선조의 지혜와 과학이 담긴 한지가 재발견되고 재창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품격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재료로 쓰일 줄 나 같은 문외한이 어찌 알았으랴.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주는 감동은 대중문화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고급문화 특히 한지를 비롯한 한스타일 분야에서 전통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이 왕성히 일어나면서 융복합적인 제품과 작품이 세계를 풍미해야 한다. 한국은 멋진 문화와 전통이 그득한 나라다. 그러한 문화와 전통을 세계가 알아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노력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

대중문화 한류에 이어 신한류 고급문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있다. 이부미 작가의 노력은 자신의 한지그림 분야에서 신한류를 개척하는 숭고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바람에 돛을 단 배처럼 이 작가의 작품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희망한다.

신승일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장, 한류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