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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방(언론)

화제작 임준희 작곡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 시작에서 완성까지 (탁계석)

hallyuforum | 2014.10.06 19:21 | 조회 399
조회 : 421  
화제작 임준희 작곡 국악칸타타‘어부사시사’ 시작에서 완성까지
지난 10월 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가 화제다. 창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앙코르 박수를 받는 등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제작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황병기 예술감독, 임준희 작곡가, 조정수 지휘자를 탁계석 평론가가 만났다. <편집부>
황병기 예술감독 : 젊었을 때부터 고전문학, 한시를 보아왔는데 순수한 국문시는 시조밖에 없어 언젠가는 이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작품화 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2006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았고 이번에 제2기 감독을 더해 달라고 해서 이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 뭔가 야심작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죠.
소수문해 작곡가를 찾고 그간 작곡가의 써놓은 작품들을 들어 보면서 적임자를 찾는데 꼼꼼한 검증을 거쳐 ‘혼불’ , 오페라 ‘천생연분’ 등 국악과 양악, 극적인 서사음악에서 작품성을 평가받고 있는 임준희 작곡가를 발견해 작품을 의뢰 한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우리가 하는 창작음악회에서 4분의 작곡가를 위촉하면서도 작품은 보았지요.
창작에 시간을 주기 위해 1년 회계로 되어 있는 위촉 시한을 최대한 늘려 지난해 3월 위촉하면서 내가 좀 아이디어를 주며 마음대로 써 보시라며 작곡가를 믿었는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이게 히트를 한 것 같아요. 나로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시다시피 금년 여름은 유달리 무덥지 않았어요. 막바지에 와서는 임작곡가가 하루 열 시간씩 작업에 매달리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아 윤선도의 명작에 필적하는 작품이 탄생해, 연주가 끝나자 ‘하나 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규모 합창과 국악기에 오케스트라, 성악과 정가 등 편성이 커서 자칫 잘못하면 기대치에 못미칠 수 있는데 국악기의 특색을 죽이지 않고 살리면서도 까다로운 혼을 원근법으로 활용하고, 스트링을 잘 배치해 베이스 톤을 살리는 등 국악과 양악의 해묵은 과제를 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정기연주회는 물론 신년음악회나 송년음악회에서 계속 연주를 해야겠지요. 우린 작품을 묶어 두고 그러지 않으니까 어디서든 연주하고 싶다면 할 수 있도록 작품을 열어 놓고 있어요. 연주가 끝나자 명동예술극장 등 몇 군데서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아 작곡가가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다듬어 명품 레퍼토리 정착시켜 가려고 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작곡가에게 감사와 수고 하였다는 말을 다시 전합니다.
조정수 지휘자: 저는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다 황감독님의 부름을 받고 국악관현악단에와서 상임 지휘를 맡고 있는데요. 와서 보고는 정말 국악계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는 서양도 국악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곡들이 적지 않아 어디까지나 민족정서를 살리면서도 현대감각과 청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의 전통음악은 정악원 같은데서 보존해야 할 것은 해야지만 우리가 이조시대 음악을 현대인에게 강요한다면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번 임준희 작곡가의 작품을 분석적으로 꼼꼼히 해석하면서 어색하거나 이질감이 나지 않는 것을 보고 정말 좋은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 작업과 일맥상통해 하는 동안 저도 행복했습니다.
국악이 달라져야 한다면서도 변화의 모티브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런 작품을 하면서 단원들에게서도 변화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거든요.
연주회가 끝나고 단원들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많이 보내왔어요. 이구동성으로 음악회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서양악기와의 결합에서 우려했던 생각들이 확 날아가버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국악 관현악단의 정오의 음악회도 대박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부시사시가 다시금 청중에게 신뢰감을 주어 정말 좋은 음악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임준희 작곡가 : 이전에 한 번도 직접 뵌 적이 없는 황병기선생님께서 ‘어부사시사’를 작곡해 줄 수 있겠느냐는 청탁을 받고 너무 기뻤고, 한편으론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음대로 써시라’며 힘을 실어 주셔서 곧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지요. 황선생님은 제 음악정신의 뿌리 같으신 분으로 제가 1985년 미국 유학을 떠날 때 선생님의 가야금 테이프를 가지고 가서 항상 들었거던요. 역사 속에 박제화된 듯한 시가 다시 살아나 윤선도의 감흥대로 신선세계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꼼꼼히 곡의 구상과 스케치를 해가면서 어부사시사의 멋진 풍광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40수의 춘,하,추,동 시 가운데서 각 계절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것들을 골라‘배를 저어라 , 이어라’, 기승전결이 있고, 후렴구가 있는 등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구조인 것에 놀랐습니다. 윤선도의 지국총이 교과서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저는 국악과 양악이 만날 때 피하기보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주려 했어요. 태평소가 솔로로 나갈 때 정말 아름답고, 생황, 소아쟁 , 해금 , 대금도 조심해서 잘 쓰면 너무 좋지요. 스트링 같은 것도 바이올린 독주와 해금 독주가 다릅니다. 가야금의 피치카토와 첼로가 다르듯이요. 남창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힘이 필요해서 테너와 바리톤을 쓰고 정가도 넣고... 성악 부분은 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파트나 소리의 사람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래서 합창도 넣고요. 어부는 민속이니까 뱃노래를 합창이 주로하고 성악은 정악풍으로 해서 선비문학으로서의 격을 높이려 했습니다.
탁계석 평론가 : 황감독님 말씀을 들으면서 베토벤이 실러의 시를 청년시절부터 가슴에 품다 말년에와서야 작품에 옮기지 않았습니까. 공모제로는 좀처럼 이같은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앞으로 지휘자나 예술감독들이 창작 리더십으로 평가를 받는 때가 올 것 같습니다. 교육신문사에서 이번 좌담회를 마련한 것이 좋은 창작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배려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작품도 작품이지만 창작 진행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데 필요한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행정, 지휘, 예술감독의 역할이 살아나야 할 것으로 봅니다.
10~20분짜리 단편적인 작품들은 많이 쏱아지지만 작품성이 딱 떨어지는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는게 우리 현실인데요 .
이번 어부사시사를 요약하면 작품과 작곡가 선정에 안목의 중요성, 작업에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주는 문제, 작곡가 못지않게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점 등이 관전 포인터가 될 것 같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지국총,지국총 하면서 입으로 외는 학생들이 작곡가에게 싸인을 받는 것을 보며 좋은 창작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했다고 봅니다. 평론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창작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 것도 같고요.
임준희 작곡가가 전업 작가로서의 결실을 보여주어 우리 창작계가 밝아진 느낌입니다. 결론적으로 창작뿐만 아니라 모든 게 정신의 문제일 것이란 점을 새삼 확인하며 아무쪼록 명곡 레퍼토리로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시간을 내어 토론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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