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유기고방(언론)

살다보니 이런일도 있네(문화촌뉴스9월16일-남기임)

hallyuforum | 2014.10.06 19:14 | 조회 357
조회 : 519  
누구나 어릴 적엔 많은 꿈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룰 수 있는 꿈과 평생 살면서 이룰 수 없는 정말 꿈같은 꿈들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게 없지만 우리세대에서 그저 '사'자만 붙으면 인생이 달라지는 시절이 있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온갖 전답을 다 팔아서라도 그저 '사'자만 달면 집안의 영광이 이루어진다 생각에 집안에서 가장 똑똑한 장남인 큰오빠만 밀어주던 시절이 있었고 여자는 비록 열쇠 3개를 가져가야 한다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한테 시집가면 팔자가 달라지는 듯한 세대가 있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에 대한 꿈이 있었고 우린 그 부모의 꿈과 상관없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 나의 어릴 때 꿈 중의 하나가 이쁜 비비안리 같은 드레스를 한번 입어 보는 것이었다. 난,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밤마다 영화속의 주인공을 생각하며 잠들곤 했었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흑백TV앞에 앉아 주말의 명화를 빼놓지 않고 보고 단성사, 피카디리등 개봉관에서 미처 보지 못한 영화를 보려고 수업 시간을 빠져가며 나만큼 외화에 빠져있는 친구와 제2개봉관으로 달려 가곤 했었다.

그 당시의 영화들중엔 왜 그렇게 무도회 장면이 많은지…. 모두가 오드리헵번이나 비비안리 처럼 허리가 잘룩하고 넓게 퍼진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턱시도의 매너 좋고 잘 생긴 귀족들과 춤을 추는 장면이란. ‘푸른 도나우강의 물결’이란곡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추는 왈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파트너를 바꿔가며 온갖 사랑스런 표정의 모습으로 인형처럼 인사하는 모습들이란….

모두가 나로 하여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영화의 장면들이었다. 어린 시절 영화속의 공주처럼 춤 한 번 춰봤음 좋겠단 생각을 안해본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니, 바비 인형같은 드레스를 언제 한번입어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어느 여자가 하지 않고 소녀시절을 보냈겠는가.

그런데, 세상에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긴다고 내게 그런 드레스를 입어볼 일이 생긴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그런 드레스를 입고 파티나 하는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외국 나와 살아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결혼식이라도 보퉁의 옷보다는 좀더 드레시한 드레스를 입거나 정장을 하고, 결혼식 피로연이라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바비인형같은 드레스는 입지는 않는다.

어느 날 오랜시간 사귀던 남자 친구한테서 프로포즈를 받은 딸아이의 결혼식 날짜가 잡힌 것이었다. 헌데 어려서부터 똑똑하단 소릴 듣고 자란 딸의 결혼식 준비가 장난이 아닌 것이었다. 본인의 결혼식이니만큼 본인의 맘에 드는 결혼식을 해야 한다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4명이나 되는 들러리 드레스를 고르고, 그리고 시어머니 드레스와 나의 드레스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에구머니나~ 이걸 어쩌나 살도 많이 쪄서 볼품없을 테고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도 꽤 있을텐데 쑥스러워서 어떡하라고. 아니야, 난 안되겠어 하면서도 딸과 사위에 이끌려 드디어 드레스를 사러 가게 된것이다.

어머나 깜짝이야. 세상에 무슨 드레스 파는상가가 광장시장 한복가게 만큼이나 늘어서 있는게 아닌가. 이곳저곳 휘둥그레하면서 드디어 더 멋있어 보이는 드레스 파는 한 가게에 입성했다. 나도 멋부린다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왜 그리 어색한지. 이것 저것 골라주는 딸의 손에 들린 드레스를 몇번 입어 보면서도 오메! 어색함! 이곳도 싫다 저것도 싫다 한참을 실갱이를 하니 딸아이의 설득전이 시작된것이다.

이왕 그런 멋진 피로연을 준비했으니 신부 다음으로 엄마가 이뻐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도 신부 다음엔 누가 신부엄마냐를 묻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여, 에라 모르겠다 나도 이참에 한번 입어보지 뭐 하고.. 이것 저것 딸래미가 골라주는 것을 서너벌 입어 봤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몇개를 입어 보니까 이젠 이게 좋다 저게 좋다 라고 말하는 용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그런데 막상 골라놓고도 색깔이 너무 튀나? 너무 야한가? 신부 엄마가 너무 멋부렸다 하면 어쩌나? 이것 저것 생각이 꼬릴놓지 않는것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파티에서 아주 춤을 못추면 안되니까 춤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부엄마가 꿔다논 보리자루가 되면 안되고 신부엄마가 분위기를 잡아야 젊잖은 한국분하객들이 용기를 내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암만 못해도 기본은 해야 되지 않겠냐는 예비신부의 말에 또 다시 설득을 당하는척(?) 하면서 속으론 그래 나도 정식으로 춤 좀 배워보자.

어디가서도 정말 내 몸이 말을 안듣느게 늘 주눅이 들지 않았는가. 하다못해 노래방을 가서도 흔드는 거하고 거리가 먼 내가 아니었나. 이런저런 생각에 속으로 내심 좋아하며 춤교습소에 신랑감 신부감과 함께 온 가족이 단체 등록완료!


그런데 이 서양 사람들은 누구나 다 춤을 잘 추는 줄 알았었는데 웬걸 못 추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물론 못추는 사람들만 모아 놓은 것이지만. 드디어 춤교습이 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몸치로 소문이 난 나이니 동작 하나하나 얼마나 어려운지. 가족들은 그래도 대충들 따라가는데 난 한두템포가 항상 더디니 그만 둘 수도 없고 난감하기가지 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도 무슨 매일 투수라도 한 사람처럼 팔은 떨어질듯 아프고, 발동작은 지각각 따로 노는 그 어색함이란..

우린 흔히 레스토랑 화장실 부근에 걸려 있는 그림중에 여자가 레이스뽀글뽀글 길게 늘어진 드레스를 입고 까만 양복을 입은 말라깽이 남자의 두손에 의지하며 허리를 뒤로 확 제끼고 있는 탱고를 추는 그림을 보았을 것이다. 한번은 탱고를 배우는데 춤선생이 나의 허리를 뒤로 확 제끼라는 것이었다.

무심결에 확 제끼는 순간 동시에 터져나온 신음소리... 악! 내허리!
원래 내겐 고질병인 허리병이 있었던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폼을 딱 잡는 순간. 아뿔사 때는 늦으리. 만성 허리병의 재발. 하여튼 우여곡절끝에 춤이란 것도 배워보고 이젠 실전의 날이 다가온 것.

애지중지하던 딸을 시집보낸다 하니 수시로 맘이 울적했던 것과는 달리 결혼식날엔 왜 그렇게 신경 쓸 일이 많은지 그중에서도 결혼식을 끝내고 피로연장으로 향하면서도 드레스를 입을 일과 춤을 추어야 하는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계속 두방망이질을 하는게 아닌가.

그러나 어쩌겠는가. 신부 엄마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면 의연하고 세련된 척을 해야겠지. 아니나 다를까 피로연장에는 진행에 의해 제일 먼저 우아한 바비인형 같은 드레스를 입은 신 부엄마의 입장. 그리고 무척이나 세련된 듯한 폼으로 그중 제일 쉬웠던 왈츠로 빙글빙글~~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우리 딸 아니었음 엄마가 죽기 전에 어떻게 이런 드레스를 입고 영화처럼 춤을 춰봤을까~~

어쨌든 엄마 소녀적 꿈을 꾸게 해주어서 땡큐네요.~~

남기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문화촌뉴스(http://www.uc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06개(3/11페이지)
자유기고방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66 영월 사자산 법흥사 (2010.10.26) hallyuforum 359 2014.10.06 19:19
165 영월 요선정 (2010.10.26) hallyuforum 348 2014.10.06 19:19
164 영월 주천고택 조견당(2010. 10. 26) hallyuforum 343 2014.10.06 19:18
163 치악산 명주사와 고판화박물관(2010.10.26) hallyuforum 342 2014.10.06 19:18
162 [인터뷰365-2010년 10월 22일] 세계 최초의 '전각 애니메이션' hallyuforum 351 2014.10.06 19:17
161 영월주천 당일 여행 - 지인이신 팬텀님의 글을 담아왔습니다 hallyuforum 339 2014.10.06 19:17
160 성공할려면 실패를 하라.. hallyuforum 342 2014.10.06 19:17
159 한국향 지휘, 세계를 감동시키다 인터뷰 이영칠 지휘자 사진 hallyuforum 383 2014.10.06 19:16
158 [한류문화산업포럼] 운영위원회 회의자료-2010년 10월13일 14시~1 hallyuforum 342 2014.10.06 19:16
157 카페 배경음악을 추전해주세요~ hallyuforum 348 2014.10.06 19:16
156 좋은글. hallyuforum 344 2014.10.06 19:16
155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 방문하였습니다. (2010년 10월 25일) hallyuforum 339 2014.10.06 19:15
154 한국 음식관광축제 참석 (전주, 10월 21일) hallyuforum 350 2014.10.06 19:15
>> 살다보니 이런일도 있네(문화촌뉴스9월16일-남기임) hallyuforum 358 2014.10.06 19:14
152 강병인의 캘리그래피 이야기 '글꽃하나피었네' 출간 hallyuforum 354 2014.10.06 19:14
151 우리문화 바로알기 - 잔치음식의 최고봉 '고임떡' 사진 hallyuforum 652 2014.10.06 19:14
150 카페에서 알려드립니다 hallyuforum 352 2014.10.06 19:14
149 경복궁 문화답사 hallyuforum 359 2014.10.06 19:13
148 한옥마을 및 남산국악당 답사 hallyuforum 360 2014.10.06 19:13
147 [한일문화경제포럼개최] 제17주년 한일문화교류의 송년의 밤 in seou hallyuforum 334 2014.10.06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