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유기고방(언론)

한식, 세계로 나가려면 ‘한식’에 집착 말라

hallyuforum | 2014.10.06 18:57 | 조회 331
조회 : 365  

한식, 세계로 나가려면 ‘한식’에 집착 말라



[중앙일보 김현기] 스기모토 다카시(杉本貴志·64·사진). 그는 요즘 가장 바쁜 호텔·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비롯해 교토(京都)·하코네(箱根)의 하얏트호텔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NTT도코모빌딩 내 고급 레스토랑 '슌주(春秋)'의 오너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파크하얏트호텔과 신사동의 한정식집 '가온'을 디자인했다. 상하이(上海)·싱가포르 등에서도 그를 모시지 못해 안달이다. 부산에 들어설 예정인 파크하얏트호텔의 디자인도 맡아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달 22일 도쿄 가미키타자와(上北澤)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아세요? 답십리 골동품 거리 근처에 있는 간장게장 집? 지난달 거기 갔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아이고, 말하고 나니 또 가고 싶네. 하하.”

'간장게장' 찬사로 시작된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그의 입에선 한식 세계화 아이디어가 술술 흘러나왔다.

-한국을 자주 찾는다고 하는데, 어떤 음식을 주로 먹나.

“한국에 갈 때마다 항상 뭘 맛볼 수 있을까 기대한다. 그래서 즐겁다. 명동의 30년 된 곰탕집은 최고다. 장충동 족발집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한국 음식은 원래 식도락적인 요소를 지녔다. 물론 한국 요리의 난점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맵다는 것이다. 난 매운 걸 좋아하지만, 상당수 외국인은 무교동 낙지볶음 같은 건 먹지 못한다. 이 점을 잘 조절해야 한다. 즉 한식 세계화의 키 포인트는 '어떤 얼굴'로 음식을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 요리 전통의 맛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한국 요리의 순수성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 한국인 요리사가 현재 전 세계에 나가 있지 않느냐. 그들이 살고 있는 국가, 즉 일본이나 프랑스·이탈리아의 스타일에 맞게 한식을 만들면 된다. 매운맛을 조금 덜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일본 요리의 경우 스시(초밥)·소바(메밀국수) 등 일본 전통의 맛을 그대로 세계에 내놓고 있는 것 아닌가.

“그건 오해다. 현재 일본 음식 붐은 '제3기'라 볼 수 있다. 1차 붐은 사시미(생선회)·철판구이로 대표된다. 뉴욕이나 런던·싱가포르에 이런 가게가 많이 생겼지만 결국 그 나라에 사는 일본인도, 외국인도 잘 찾지 않게 됐다. 너무 고급이라 일본에서도 잘 먹지 않는 음식들이었기 때문이다. 2차 붐은 스시였다. 뉴욕 7번가에 '갈릭'이라는 유명한 초밥집이 있는데 손님은 대부분 미국인이다. 1인당 가격은 약 1만 엔 정도로 결코 싸지 않다. 흥미로운 건 그 가게 메뉴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개발된 (창작) 스시라는 점이다.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날것 위주인 '일본 스시'와 다르다고 느끼겠지만,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미국인에게 맛있는 건 솔직히 일본인에게도 맛있다. 이 같은 2차 붐을 통해 일본 음식이 현지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3차 붐은 '인터내셔널 재패니즈', 즉 '퓨전'이다. 난 그런 의미에서 3차 붐에서 비로소 일본 음식이 '요리'로서 현지인들에게 뿌리를 내렸다고 본다. ”

- 일본인들은 순수 일본 요리에 집착하지 않나.

“그건 극히 소수가 그럴 뿐이다. 이제 일본 요리는 퓨전에 대한 저항감이 없다. 아카사카에 있는 일본 굴지의 교토 요리점 기쿠노이(菊乃井)의 사시미에는 올리브 오일과 소금 양념이 듬뿍 쳐져 있다. 서양식과의 융합이다. 한국 음식도 마찬가지다. 비빔밥의 어원처럼(서로 다른 요소를 융합해 가며) 세계화로 나아가면 된다. 예컨대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기 종류나 산채 종류, 매운 정도를 나라별 선호에 따라 세분화해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

-그 밖에 한국 요리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음식을 내놓는 식기다. 반찬 그릇이 대부분 하얀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그릇뿐이다. 고급 궁중 음식점을 빼고는 어디 가나 똑같다. 그렇다고 아주 비싼 식기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식과 계절에 맞는, 어느 정도 수준은 되는 식기를 내놓으면 된다. 식기 하나만으로 음식문화가 충분히 풍요해질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최고로 비싸다는 고깃집을 갔는데, 정원은 폭포가 있고 근사했지만 식기가 영 엉망이었다. 그러니 감동도 덜했다. 요리란 맛과 식기, 그리고 계절감을 살려주는 가게의 분위기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

-하지만 당장 어떻게 식기를 내놓으면 좋을지 모르는 요릿집이 많을 텐데.

“내가 하나 제언을 하겠다. 요리학원도 중요하지만 요리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보일까를 강습하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 요리는 그 점에서 대단히 뛰어나다. ”

-한국 요리를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뭐가 좋다고 보나.

“저명한 문인들이나 예술가들이 그 가게의 요리나 식기 등을 논한 내용을 모아 안내 책자로 내면 좋을 것이다. 예컨대 책 절반은 외국의 도예가나 세계적인 문인들이, 나머지 절반은 한국의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평하면 된다. 일종의 가이드 책자 개념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일본식 문화연구추진 간담회'를 만들어 정부 차원에서 일본 요리 브랜드화에 나섰는데.

“한국 정부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맛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공식 파티는 앞으로 모두 한식으로 하고, 담당 요리사를 10명~20명씩 공인해 나가도록 하는 게 어떨까. 전통 한국 요리뿐 아니라 '미국식 한식' '일본식 한식' '와인에 맞는 한식'의 전문가, 즉 '인터내셔널 한식 요리사'의 육성이 필요하다. 솔직히 지금 한국에 그런 요리사가 많을 것이다. 찾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한국 요리 중 전 세계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고 보는 메뉴는.

“곰탕과 설렁탕이다. 다만, 맛은 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지지미(부침개)다. 어느 나라에나 부침개 같은 대표적 서민 음식이 있다. 피자를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은 부침개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음식을 국제화해야 한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족발이다.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이 가득한 건강식 아닌가. 족발을 예쁘게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 궁리만 하면 한식에는 (세계에 내놓기에) 아주 좋은 요리가 많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스기모토=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한 뒤 1973년 디자인 사무소 '수퍼 포테토'를 설립했다. 자신의 외모가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겨서 지은 이름이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상업공간 디자인을 맡아 '마이니치 디자인상'(84년), '인테리어 설계협회상'(85년) 등을 수상했다. 현재 무사시노(武藏野) 미술대학의 조형학부 공간연출디자인학과 주임교수도 맡고 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06개(6/11페이지)
자유기고방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06 [보도자료 수정본]아리랑 스토리텔링 콘서트 hallyuforum 338 2014.10.06 19:01
105 [의견주세요] 아리랑스토리텔링밤 행사 보도자료 hallyuforum 313 2014.10.06 19:01
104 전통문화의 짜맞춤 기술을 활용한 산업화 방안에 대한 연구 워크숍 hallyuforum 388 2014.10.06 19:01
103 유익한글.. hallyuforum 335 2014.10.06 19:00
102 춤새무용단 송민숙 대표 프로필 hallyuforum 369 2014.10.06 19:00
101 남이 먼저 알아준 우리 문화… 고급문화 정착에 힘써야 (천지일보, 10월 사진 hallyuforum 319 2014.10.06 19:00
100 [의견주세요!]외국인을 위한 푸드송 코러스 홍보 + 스토리텔링 이벤트 hallyuforum 329 2014.10.06 18:59
99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되네요,.,. hallyuforum 328 2014.10.06 18:59
98 [기사] SM, LA 공연 빌보드 10윌 hallyuforum 321 2014.10.06 18:59
97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안드레아 쉐니에 사진 hallyuforum 326 2014.10.06 18:59
96 한국 걸그룹, 일본 진출 성공기 hallyuforum 333 2014.10.06 18:58
95 글마루 10월호-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말하다[김수진원장] 사진 hallyuforum 329 2014.10.06 18:58
94 글마루 10월호-새김아트 한글을 전각에 입히다[고암 정병례] 사진 hallyuforum 320 2014.10.06 18:57
93 전통문화는 한류의 상수원이다. hallyuforum 322 2014.10.06 18:57
>> 한식, 세계로 나가려면 ‘한식’에 집착 말라 hallyuforum 332 2014.10.06 18:57
91 진화하는 한옥의 재발견 (동아일보 시리즈 기사) hallyuforum 332 2014.10.06 18:56
90 너무 섹시한… 한복의 재발견 사진 hallyuforum 348 2014.10.06 18:56
89 처음처럼 hallyuforum 324 2014.10.06 18:56
88 11월 정기포럼 및 2차 연수회 hallyuforum 323 2014.10.06 18:55
87 포럼 운영위원회 모임 경복궁 뜨락에서 사진 hallyuforum 318 2014.10.06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