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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방(언론)

한국 걸그룹, 일본 진출 성공기

hallyuforum | 2014.10.06 18:58 | 조회 332
한국 걸그룹, 일본 진출 성공기 2010/09/29
카라와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국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장기불황에 따라 소위 ‘육식녀’로 변모하고 있는 10~20대 여성들에게 어필한 데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남성층의 취향에 맞춰 등장했던 작고 귀여운 여성 아이돌에게서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 걸그룹이 일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려면, 역시 ‘퀄리티’밖에 믿을 만한 게 없다.
‘여성층이 동경할 만한 콘셉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차이가 확 나는 퀄리티’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미처 고려치 못했던 딜레마를, 한국 걸그룹들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카라·소녀시대 순탄한 일본 데뷔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카라가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를 발매, 첫 주 오리콘 위클리 차트 5위를 기록하고 현재까지 5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순식간에 일본 걸그룹 시장의 수위주자가 된 셈이다.
이어 소녀시대가 9월 8일 일본 데뷔 싱글 <Genie>를 발매했다. 역시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로 순탄한 데뷔를 맞고 있으며, 무엇보다 미디어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뉴스 프로그램 NHK <뉴스워치9>의 첫 머리 보도로 5분 이상 다뤄지고, 여타 민영방송사의 아침 와이드쇼를 차례로 달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녀시대를 중심으로 일본에 공식 진출한 카라와 포미닛, 그리고 진출 예정인 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을 한꺼번에 다루며 한국 걸그룹이 일본의 걸그룹과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그리고 일본의 10~20대 여성층이 특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활자매체는 더 진지하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는 이를 “코리언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 부르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월간지 ‘일경 엔터테인먼트’는 아예 “흑선(黑船)”이라고 묘사했다. “흑선”은 에도 막부 말기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끌어 일본에 개항을 요구한 함대를 가리킨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격렬하고 파워풀한 한국 걸그룹, 일본 ‘육식녀’ 공략
한국 걸그룹이 그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 된 까닭은 이미 여러 미디어에서 지적한 대로다. 일본에는 없는 콘셉트여서 상대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걸그룹과 관련해 지난 십여 년간 한 가지 공통된 도그마에 빠져 있었다. 귀엽고 친근하며 편안한 소녀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 1990년대 걸그룹 붐의 중심이었던 스피드와 모닝구 무스메, 그리고 21세기 걸그룹 중심인 AKB48, 심지어 포스트 시부야계 테크노팝으로 음악성을 인정받는 퍼퓸까지 모두가 그랬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1990년 경제 거품이 꺼지고 난 뒤 찾아온 경제 불황기의 보편적 정서였기 때문이다. 근사하고 멋진 꿈속의 우상과 같은 인물보다 일반 대중과 닮은, 서툴고 눈에 띄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언더도그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형 인물들이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끈 모닝구 무스메는 아예 음악적 자질이 없는 신인을 오디션을 통해 기수별로 뽑아, 이들이 서서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각종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대중에 전달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경제 불황기에 지친 대중에게 위안을 줬다.
그렇다면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자 일본 청년 문화는 기묘한 방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일어난 현상이 이른바 ‘초식남(草食男)’ 현상이다. 일본사회가 십여 년간 저고용의 늪에 빠지면서 신세대 남성층은 서서히 사회적 야심과 포부를 잃고 여성화되기 시작했다. 작고 귀여우며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모에’ 취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전반적으로 내향적인 행태들을 보여주게 됐다.
문제는 남성의 ‘초식남’화와 더불어 대중문화상품의 주(主) 소비층인 젊은 여성층은 오히려 남성화돼 갔다는 데 있다. 이는 특별할 것도 없는 보편적 현상이다. 사회현실에 막혀 남성층의 고개가 수그러들 때면 늘 ‘강인한 어머니’격인 여성층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전통적인 내향적 여성상보다 훨씬 자유롭고 대범하며 호탕하다. ‘터프’와 ‘파워’가 이들 신세대 ‘육식녀(肉食女)’들을 대변하는 단어가 됐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문화상품, 그 중에서 대중음악상품의 중심인 여성 아이돌을 선택하려 할 때, 이들이 원하던 여성상은 일본에 없었다. 모두 경제 불황형인 귀엽고 친근한 아이돌, 거기다 남성층의 ‘모에’ 취향을 맞춰주기 위해 등장한 닭살 돋는 애교 아이돌뿐이었다. 이들이 애타게 찾았던 롤 모델격 여성 아이돌은 바로 한국에 있었다.
한국의 걸그룹은 확실히 일본의 걸그룹과는 다르다. 1990년대 후반 아이돌 1차 붐을 넘어서면서 한국 걸그룹은 일제히 섹시 모드로 콘셉트를 잡았고, 미국식 ‘걸파워’를 모토로 삼았다. 강한 여성, 섹시한 여성, 남성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젊은 층이 원했기 때문이다.
음악 장르 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이 귀엽고 가벼운 유로팝 중심으로 아이돌 음악시장을 일궈낸 반면, 한국은 강한 비트와 거칠고 남성적인 리듬의 힙합을 아이돌에 부여했다. 당연히 퍼포먼스도 격해지고, 보다 파워풀한 무대가 완성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한국 특유의 문화 정서가 힙합과 잘 맞아떨어져 일어난 현상으로, 이런 소소한 국가 간 문화적 차이들이 모두 일본 여성층에는 동경의 대상으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이 이뤄지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 주 소비층은 10~20대 여성층이다. 2ch 등 일본 인터넷 게시판 분위기를 보면, 확실히 일본 남성층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한국 걸그룹 멤버들의 성형수술 여부 등을 따지며 폄하하기 일쑤다. 반면 10~20대 여성층은 이런 남성층을 혐오하고 있다. 어리고 귀여운 여성만을 선호하는 일종의 변태적 오타쿠로 취급하며, 한국 걸그룹이야말로 세련되고 첨단적인, 자신들이 만들어낸 신(新)문화소비 형태로서 뿌듯해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참 기대되는 시장이 열린 듯 여겨진다. 어찌됐건 일본에 없는 것, 일본이 미처 생각지 못한 시장 콘셉트를 우리가 채워주고 있는 형태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레드 오션이라기보다 훤하게 뚫린 블루 오션이다. 이미 국내에선 포화상태에 이른 걸그룹들을 모두 소화해줄 또 다른 시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콘셉트가 아니라 퀄리티로 승부해야
그러나 딱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블루 오션이 레드 오션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2004년 KBS2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 드라마 붐부터가 그랬다. 이 역시 당시 일본에선 미처 생각지 못한 시장 콘셉트였다. 이른바 순애(純愛)물은 한물 간 것처럼 여겨져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었지만, 과거 이 콘셉트를 즐기던 당시 40~60대 여성층은 이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 틈새를 한국 드라마들이 채워준 셈이었다.
그러나 일단 시장이 확인되고 나면 당연히 이를 그대로 남에게 넘겨줄 수 없게 된다. 일본은 곧바로 한국 드라마풍(風) 순애물들을 쏟아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같은 순애물을 내놓고, 한국식 막장드라마와 매우 유사했던 1970년대 TBS <붉은 시리즈>를 리메이크하는 등 한국이 독식하던 시장을 되찾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의 완전 탈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독식은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의 걸그룹 붐도 그런 식의 장벽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일본이 똑같은 콘셉트의 걸그룹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상품의 대체가 이뤄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여성이 소비하는 걸그룹’ 시장이 확인되지 않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일단 자국 유사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특히 아이돌의 경우, 해외 상품은 밀려나버리기 쉽다. 기본적으로 언어장벽 면에서 자국 아이돌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국 걸그룹을 일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히트시키려면, 역시 ‘퀄리티’밖에 믿을 만한 게 없다. 일본은 아직 아이돌그룹 한 팀을 수년 이상 연습시켜 실력파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음악적으로도 ‘듣기 쉬운 노래’ 정도로만 만들어 가볍게 팔아치우고 있다. 이 점에서 변별력을 얻어내는 수밖에 없다.
‘여성층이 동경할 만한 콘셉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차이가 확 나는 퀄리티’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미처 고려치 못했던 딜레마를, 한국 걸그룹들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결국은 ‘실력’과 ‘품질’이라는 원칙 하나만 남는 셈이다. 승부는 늘 정직하다.
용어해설
초식남
일본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명명한 용어로, ‘남성다움’을 내세우는 대신 관심 분야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고 결혼과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을 일컫는다.
[출처] 한국 걸그룹, 일본 진출 성공기|작성자 김두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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