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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방(언론)

몬트리올 째즈의 밤 <남기임대표님의 글> -문화촌뉴스 2010년9월3일

hallyuforum | 2014.10.06 18:15 | 조회 322
해마다 몬트리올의 여름이 행복한 이유는 몬트리올 째즈 페스티발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에 세워지는 대형 무대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양 어마어마한 위용과 화려함을 갖추고 관객을 기다린다. 열흘의 그 기간 동안은 차도가 차단되고 평소에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거리에서 맥주도 마실 수 있는 보너스까지 주어지곤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물론이고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난 우산과 방수방석까지 챙기며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두어 시간 전에 발걸음을 하곤 한다. 왜냐하면 앞의 좋은 자리는 몇 시간전부터 다른 사람들이 비워 두는 일이 절대 없기 때문이다.

하여 한두 시간 멍하니 자리잡고 앉아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에 나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들이 동반을 마다하면 혼자서도 얼마나 씩씩하게 잘 가는지 모른다.

밤공기를 가르며 항상 메인 스테이지 9시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이제는 아무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 또 시작이다!'
'엄마 좋겠다!'
'그래… 그래 난 또 시작이란다.’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리는데….

이런 좋은 음악을 내가 세계 각곳을 돌며 찾아다니면서 들을 수도 없는데
이렇게 찾아와 보여주는 사람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 얼마나 좋은 기회란 말이니. 나 혼자여도 전혀 쑥스럽거나 심심치 않단다.

이 밤이면 난 황홀지경에 빠져 버리니까 말이다.'
열흘 공연 기간 동안에 웬만한 일들은 뒤로 하고 거의 매일 함께하는 째즈의 밤!
그러데 이번 째즈 페스티발의 시작은… 난 더없이 행복했다.

나윤선의 음악을 듣다
나윤선의 음악을 들었다.
익히 나윤선씨의 음악을 알고 있는 나로선 이번 몬트리올 째즈 페스티발에 나윤선씨의 공연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무료의 스테이지가 아닌 입장료를 내야 볼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했지만 곧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작년에 새로 지은 멋진 분위기의 극장에서 수준 있어 보이는 관객들을 앉혀 놓고 나윤선은 나타났다.
세계 3대 째즈 페스티발중의 하나로 200만 명 이상이 모인다는 이곳 몬트리올 째즈 페스티발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는 말을 유창한 불어로 하며 몬트리올 캐내디언들을 놀라게 했다. 일 년의 반은 불란서에서 살고 나머지 반은 세계로 공연을 다닌다는 그녀는몇 안 되는 한국사람을 위하여 짧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공연을 다니다가 한국인을 만나면 따뜻한 하얀 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하며 반가워 했다.

그런 그녀가 결국 세 번째 앙콜송으로 아리랑을 부르다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그녀는 관객들 모두에게 허밍으로 아리랑을 합창하게 유도하면서 단 일회의 콘서트를 위해 찾은 이 아름다운 몬트리올의 밤을 잡고 있었다.

눈화장이 지워질까 애써 까만 천정을 바라보는 나도 울고, 눈물 때문에 중간 중간 노래를 멈추는 그녀도 울고……. 그리고 모두 다 울고 말았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이 몬트리올 째즈페스티발에 초대되어 공연한 것이 감격스러웠을테고, 우리는 그런 그녀가 너무도 자랑스러워 울고 있었다. 십일 년 동안 기웃거려본 몬트리올 째즈 페스티발때문에 째즈를 더욱 좋아하게 된 나로선 이제 우리나라 보컬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태 준 나윤선씨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몇 해 전...
차도 곳곳을 막아놓고 설치된 수많은 무대중에 조그마한 무대 하나가 있었다.
그 무대 뒷 배경에 삼성이 그 무대의 광고주가 되어'삼성'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만을 보고도 내내 그곳에서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무대의 공연자들을 전혀 알지 못했어도, 다른 스테이지로 옮겨 가고 싶었어도 마치 내가 다른 곳이 아닌 이 무대 앞에서만 서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처럼 행동 했던 기억이 있다. 음악을 즐긴 것이 아니라 '삼성' 두 글자를 성원하였다고나 할까..

헌데…
나윤선!
우리나라의 나윤선씨가 입장료를 내는 근사한 무대에서 노래를 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 보컬들이 펄펄 뛰며 부르는 무대 뒤의 '삼성' 광고만 봐도 가슴이 뛰는 내게 나윤선씨가 나타난 것은 근사한 선물을 받는 기분 그 이상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며 고급스런 분위기속에서 온갖 폼을 다 잡는 사람들 앞에서 보컬로서 받을 최고의 반응을 받으며 당당히 서 있었다.

내 옆자리의 커플은 여자는 로제 와인을, 남자는 와이트 와인을 각각 한 병씩 앞에 놓고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난 앞에 놓인 맥주를 들이킬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그녀와 호흡을 같이 하곤 했다.

나조차 숨이 막혀 기절해 버릴 것 같은 고음과 저음을 순식간에 오르내리는 음의 처리,
마치 째즈가 그녀를 지배하여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듯한 신들림, 부드러움 속의 악다구니,
호소속의 절규가 도저히 매치가 안 되는 수줍은 외양.

양빰과 양팔을 타고 끊임없이 일어대는 소름끼치는 감동으로, 나 윤선은 보여주었다.

▲ 나윤선씨와 함께(가운데)
따뜻한 쌀밥에 김치는 어떠세요

'따뜻한 쌀밥에 김치는 어떠세요? '
난 사인회에서 겨우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일행이 몇 분이 되시던 모두 대접하고 싶으니 바쁜 일정에 누가 되지 않으신다면 어떻겠냐고...

단 일회의 공연을 위해 이곳까지 와 이 캐네디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아리랑을 아는 우리 일행에게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느끼게 해 준 보답으론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난 그렇게 해서라도 더 큰 용기를 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이튿날.
떠나는 짐도 대충대충 추리고 달려 왔다며 점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택시를 타고 나타난 나윤선씨!
그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째즈가 보컬로서 자랑스럽습니다!
그대… 한국인으로서 앞날에 무궁무진한 영광의 무대만이 존재하기를 기원합니다!


남기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국음식전문점 '아띠'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국의 땅에서 만나는 문화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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