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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

[2014.12.09]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 展

관리자 | 2014.12.09 15:02 | 조회 2112

세종대왕, 한글 문화 시대를 열다 展 네이버 미술캐스트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 문화 시대를 열다’ 전시 전경    


이 전시는 한글을 제창하여 우리 민족을 지성으로 이끈 세종대왕의 업적을 유물자료와 현대미술이 함께 만나 새롭게 해석하는 장이다. 국방, 편찬,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재위 기간 동안 수많은 치적을 쌓아 문화의 황금기를 만든 세종대왕의 창조정신은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계승되고 있다.


전시 구성: 비로서-더불어-누리다    

전시는 4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도입부에서 김창겸은 세종의 일대기를 웅장하고 강렬한 영상으로 함축하여 보여준다.

대왕의 탄생, 등극 그리고 창조의 배경이 되는 《비로소》에서는 김기철이 [보이는 소리] 작품으로 음악 업적과 연결시키고, 박기진은 [타임머신] 조형물을 통해 세종의 시대로 인도한다. 대왕의 인재 등용으로 소통과 창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더불어》 공간은 정연두와 이지원이 성향이 다른 3명의 학자들의 심리적 묘사를 멀티영상으로 표현하였고, 홍순명은 인물들의 뒷모습을 그린 회화로 드러나지 않았던 주변 공로자들을 기억하게 한다.

한글의 보급과 대중화 그리고 세종 시대의 가치에 관해 조명하는 《누리다》는 조소희의 문학적이며 내밀한 감각의 문자 설치작업, 인터넷 보급으로 등장한 신조어와 남북 간의 소통 문제를 다룬 함경아의 자수회화, 세종남극기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김승영의 설치작업, 금속인쇄활자를 직접 이용한 노주환의 지혜로운 문자조각설치를 보여준다.

세종의 백성을 향한 사랑, 사대에서 벗어난 자주정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게 하려는 실용정신 등은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소리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매체와 장르를 다루는 작가들을 통해 재해석되면서 시대를 가로질러 소통된다.

이 전시는 현대미술작가들이 수차례에 걸쳐 학제간의 교류를 하며 자료와 유물을 연구하여 작품들을 제작하였고 전시 또한 유물들과 함께 설치되어 있어 지나간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현재진행형의 예술로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전시 도입부에서 세종의 통치이념, 과학적 업적, 한글 창제 및 반포, 한글의 기본 구성을 영상으로 제작한 김창겸의 [뿌리 깊은 나무]는 전시 전체를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화면 전체를 꽉 채운 거대한 나무의 흑백 이미지 위에 금색의 활자로 된 용비어천가가 휘날리며 안착하는 웅장한 분위기의 첫 번째 장면으로부터 위대한 세종의 존재감과 그로부터 값진 유산을 받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어 세종의 초상을 중심으로 그의 업적들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등장하고 그와 동시에 붉은 꽃잎들이 휘날리며 풍요로운 문화 융성의 통치 시대임을 알린다. 한글이 반포되고 꽃잎과 한글 자모들은 화면 전체를 날아다니며 조화롭게 어울리는 장면은 백성이 문자를 알아 서로 소통하며 화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부분은 훈민정음 위에 한글 자모 서체가 밝은 금색으로 겹쳐져 떠오르고 대왕의 묘 주위에는 금빛 나비가 날아다니며 시공을 초월한 세종의 업적과 정신은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김창겸, [뿌리 깊은 나무], 2014년
싱글채널 비디오, 러닝타임 5분


《비로소》의 전시공간을 살펴보면 세종 어보의 작품과 함께 있는 김기철의 [소리보기-비(Sound Looking-Rain)]는 투명한 가는 선과 둥근 스피커를 설치해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바닥에 부딪히며 튀는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작가는 종묘의 정전에 내리는 빗소리를 128개의 둥근 스피커에 채집하여 담아 놓았다. 각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투명한 낚싯줄을 따라 서로 미세하게 다른 소리의 울림을 만든다. 이것은 세종의 등극을 위한 축하 의미의 풍악처럼 들리기도 하고, 또 백성을 위한 기우제의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종은 악공이 연주하면서 내는 작은 오차의 음을 지적할 정도로 음률에 민감하였다고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의 건국이념인 유교를 가장 찬란하게 펼친 세종은 예약 사상을 통해 이상 국가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는 각종 의례에 격이 맞는 음악을 제도화하였으며 한글 창제만큼이나 중요한 정간보를 창안하였다. 세종은 음악이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활용하여 백성들을 교화하며 현실정치의 발판으로 삼았다. 김기철의 [소리보기-비]의 수직으로 가는 선을 매달고 있는 스피커의 형태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비의 모습이다. 이 작품을 통해 성스러운 마음을 갖게 하고, 신과 사람을 화목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만물을 조화롭게 하는 방법이 되는 음악으로 백성을 다스리길 원했던 세종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리는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빗소리는 직선과 원의 조화로운 형태와 공명의 실체 안에서 총체적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시간을 갖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빗소리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모든 것을 씻어 내려보낸다. 일렬로 늘어선 선과 스피커의 정돈되고 반복된 조형미는 검은 공간 안에서 소리와 빛의 공명을 확산시키며 조선과 현대를 아우르는 초월 지대를 경험하게 한다.

    

김기철, [소리보기-비], 2014년            가변크기, 스피커, 음향기기, 낚시 줄, 98년도 종묘정전에서 녹음한 비 소리    

박기진은 둥근 관 형태의 철제 조형물로 비스듬히 열린 웅장하고 육중한 문 안쪽에 유리거울로 된 층이 통로를 이루고 있는 [타임머신-통로] 작품을 보여준다. 이 통로 앞에 서게 되면 자신의 모습이 층층이 연장되면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외형의 철제 조형물은 세종 시대의 화약병기인 사전장총통이나 천문기구인 해시계의 외관과 닮아 그 시대의 천문, 과학, 군사를 위한 첨단 기술의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박기진은 남극세종기지에서 빙하를 드릴로 뚫어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는 빙하코어연구를 참관하였다. 남극의 빙하는 3,000m 이상의 두께가 물이 아닌 눈으로만 결빙되어 결정 사이마다 시간의 공기가 남아 있다. 이 공기의 층은 수만 년에서 수억 년까지 여러 가지의 물질과 분자들을 완벽하게 보존하며 과거를 순수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단세포 생물, 공룡, 인류로 진화되는 시공간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해 지구 환경 전체를 압축한 통로처럼 보인다.

작가의 이런 ‘시간의 층’의 경험이 이번 작품에 반영되었고 [타임머신-통로]는 되는 《비로소》 전시공간으로부터 나이테의 동심원 같은 통로를 통해 《더불어》의 세종의 시대로 완벽하게 이동시킨다. [타임머신]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한축에 꿰뚫어 과학, 군사, 기술, 문자로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세종의 창조정신을 압축한 작품이다. 또한 실제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무한한 상상력의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또다른 [타임머신]을 건물의 외벽과 전시장의 내벽 사이에 있는 50미터의 긴 복도형 숨은 공간에 만들어 놓았다. 앞의 작품이 과거-현재라면 이것은 현재로부터 미래를 연결하는 [타임머신]이다. 문을 연상시키는 나무로 된 둥근 관망대에서 어둡고 좁은 긴 회랑의 섬세한 조도의 변화를 따라가면 마침내 밝은 LED 빛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타임머신이다. 좁은 통로라는 제한되고 암울한 환경 안에서 세종의 지혜로운 정신은 불빛으로 지표가 되어 해방의 공간으로 이끈다.

    

박기진, [타임머신-통로], 2014년            철, 거울, LED, 2400x2400x5200mm    

이어 《더불어》 전시공간에서는 세종이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음악 등 문화적 융성의 시대를 만들고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함께 보필했던 인물들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하는 홍순명의 [주변인] 시리즈들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인물의 뒷모습을 그린 회화 연작을 일렬로 설치한 작품은 그가 늘 해오고 있는 사건이나 장면의 중요한 핵심으로부터 벗어난 주변을 그린 풍경화 “사이드스케이프”와도 연결된다. 사대부, 선비, 귀족, 승려, 여성, 젊은이, 노인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고 누구인지 모르는 인물들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얼굴의 특징으로 인물의 중요도와 성격은 알 수 있지만 뒷모습으로는 전혀 알지 못한다. 단지 쓰고 있는 관이나 그 안에서 투영되는 머리 모양으로 나이와 빈부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역사는 유명하고 중요한 것만이 기록된다. [주변인]은 당시의 역사 책에 기록된 것만으로 그 시대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는 ‘고정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다.

작가는 어떤 거대한 힘과 최상의 관점 안에도 드러나지 않고 채택되지 못 했던 다양한 가치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주변인]이 일렬로 설치된 것 역시 차이와 조화 모두가 세종을 향했던 ‘조력자’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유교적 신분사회였음에도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훈민’, ‘애민’ 사상을 펼쳤던 세종의 정책을 담아내고 있다. [주변인]의 다양한 인물들의 뒷모습은 규범, 체제, 권력, 유명, 무명 등으로부터의 거리두기로 그 시대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한 진실한 세계를 향한 시선이다. 고정관념으로서의 세종 시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들 사이에서 그 찬란한 문명의 창조 과정을 성찰할 수 있다.

    

홍순명, [주변인] 연작, 2014년            캔버스에 유채,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31점    

홍순명의 [주변인] 시리즈의 맞은편에는 정연두, 이지원이 세종 시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세 명의 성격이 다른 학자들이 주군을 이상적으로 보필해 나가고자 하는 그들만의 생각을 세 개의 화면과 목소리로 표현한 [이도삼희] 영상작품으로 벽면을 꽉 채우고 있다.

세 명의 인물은 신숙주, 최만리, 이천으로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지은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 상류주택인 강릉의 선교장에서 산책을 하며 독백으로 시공을 초월해 그들의 생각을 들려주는 설정이다.

신숙주는 7개 국어에 능통하여 성삼문, 박팽년, 정인지 등과 함께 훈민정음의 창제와 연구에 기여했다. “대립과 반목이 있다. 흐르는 구름처럼 자유로울 순 없다, 집현전 학사 모두가 그럴 것이다. 말, 소리 지식의 심연에서 물결은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대목에서 뛰어난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학자이면서 정치적 변화에 적응을 잘한 현실 정치가였던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최만리는 집현전 학자로 전통적인 사대의 관점을 갖고 불교를 배척하고 한글 창제에 반대하였다. “성현의 지혜를 아는 자의 비애, 얇은 실용에 잡힌 속 깊은 학문의 쇠락, 불교의 기괴하고 허랑한 침범”이라는 독백으로 한글을 폄하하고 전통적 관습을 이어가고자 한 보편적인 사고를 고수하였던 학자의 내면을 공감하게 된다.

이천은 장영실과 더불어 과학 물리 기술 학자로 여러 기계장치를 발명하였다. 장영실이 천민이었던 반면 이천은 양반 무관집안 출신으로 금속활자인 경자자(庚子字)를 만드는 일을 하였고 이전의 밀랍에 글을 새겨 쇳물을 부어 만든, 한번 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주형틀에서 벗어나 나뭇조각이나 종이 등으로 조판의 빈틈을 메우며 여러 번 찍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시행착오로 극복한다. 시도, 횟수의 문제. 시간부족, 시간을 충분히 둔다. 섣부른 실행은 20만 번 헛수고... 제발 밀랍을 잊어”라는 그의 독백은 기술자의 고민에 다가가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입된 관점으로 보는 선교장의 풍경은 우리를 세종의 시대로 시간 여행하게 한다.

    

정연두, 이지원, [이도삼희(李祹三熹)], 2014년            멀티채널 영상, 사운드    

《누리다》의 전시공간에서는 조소희, 함경아, 김승영, 노주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조소희의 [집] 안으로 들어가면 부드러운 질감의 천으로 오려낸 글자가 만든 사각의 투명판이 겹겹이 진열장에 펼쳐진 책처럼 놓여있고, 벽에는 그림처럼 걸려 있다.

연약하고 가벼운 천 자체의 투명성은 권력이나 힘이 완전히 배제된 체 바탕의 색을 기반으로 하며 서로를 받쳐준다. 마치 책 속으로 들어 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80년대의 삶의 비애와 고단함을 담은 곽재우의 시 [사평역에서]를 소설로 쓴 임철우의 [사평역] 중 세상의 다양한 군상들처럼 사각형 속의 활자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걸치고 앉아있다. 이 글자들은 말하는 것 같은 리듬을 만들고, 불빛에 여러 가지 색채를 펼쳐내면서 들리고, 보이며, 느끼게 한다. 소설에서 사연을 간직한 인물들을 읽어가는 것처럼 조소희의 뭉쳐져 있는 글자를 숨 쉬 듯 풀어서 읽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 간디……"의 문맥은 마음을 저미며 켜켜이 스며든다.

다른 벽면에는 [하여가]와 [단심가]가 글자를 겹쳐 각각 세 개의 액자에 마주 보며 설치되어 있다. 붉은색을 주조로 한 글자 그림은 조선 개국을 위해 포은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한 시 [하여가]로 현실에 동참하길 바라는 자유롭고 직설적인 이방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것에 답하는 포은의 시 [단심가]는 푸른색 계열로 표현되어 이상을 향해 끝까지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느끼게 한다. 조소희는 빛과 색을 구성하는 삼원색을 [빨파초], [빨노파]라는 글씨로 풀어 보여주며 글자 그림이 시지각적인 것의 총체적인 감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날실과 씨실이 겹쳐 만든 섬유, 또 비단 글자로 겹쳐 만든 글자 그림은 빛과 함께 시공간의 그물망을 만든다. [집]은 사유를 물결처럼 아른거리는 빛으로 건져 올리는 감각적 장소가 된다.

    

조소희, [집(사평역, 색만들기/빛만들기, 단심가/하여가)], 2014년            나무, 노방, 아크릴, 집: 650x450x330cm, 사평역: 가변크기, 색만들기/ 빛만들기: 80x80cm, 단심가/하여가: 40x40cm-6점    

함경아는 광목 자체에 물감을 스며들게 그리는 모리스 루이스(1912-1962)의 색면추상회화를 차용한 자수회화 작품을 보여준다. 그는 2008년부터 [추상적 움직임]이라는 이 시리즈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 재료를 살펴보면 북한 기계 자수, 세계 인터넷 기사, 중개인, 불안감, 검열, 술, 나무 프레임으로 작가 개인이 표현하는 작품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작 과정의 이행이 들어가 있다. 함경아는 마지막 남은 이념 분단국가인 한국에 사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작업으로 남북한 간의 소통을 시도한다.

작품은 북한에는 차단된 민감한 내용의 인터넷 기사와 자유로운 정신을 표현하는 추상작품을 중개인을 통해 주민들에게 수를 놓게 하여 다시 작가에게 보내져 완성된 것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북한 자수 노동자는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소식과 미술작품으로 어떤 변화를 갖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드러내서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중개인의 탐욕, 자수 노동자의 교체, 북한당국의 검열, 원래의도한 것처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작가의 불안감 등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것이다. 물감이 즉시 부어지면서 우연적으로 스며들어 가는 모리스의 방식은 한 땀씩 문자로 새겨지며 순수와 재현의 간극을 잇는 띠처럼 표현되었다. 강한 질감과는 대조를 이루는 배경의 아무색도 칠하지 않은 무명천은 선입견 없는 완전한 소통에 대한 갈망이며 늘어진 수술들은 불안한 과정을 암시한다. 이 작업은 모리스의 순수 추상을 제한된 환경 안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극한 과정으로 시도하며 그 안에서 서서히 변화되는 추상적 움직임 전체를 표현한 것이다.

[방가방가]는 인터넷 보급 이후 SNS 등 대화방에서 반갑다는 뜻으로 쓰이는 신종 감탄어를 그림글자로 표현한 작업이다. 이 그림 안에 들어 있는 이미지들은 작가가 북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여러 가지 것들을 상징한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화려한 크리스탈 볼, 일본 무사, 장난감 같은 노동자 등의 이미지에서 암시되는 다양한 문화와 내면적인 생각들이 그들에게 파스텔 색조처럼 부드럽게 스며들기를 원한다.

    

함경아, [추상적 움직임/모리스 루이스 알파 람다1961(Abstract Weave/Morris Louis Alpha Lamda 1961)], 2014년            북한 기계자수, 세계 인터넷 기사, 중개인, 불안감, 검열, 술, 나무프레임, 356cm X 191cm    

노주환은 바깥과 연결된 테라스 공간에 글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매체 작업을 보여준다. 벽면에는 전자인쇄 이전시대에 사용했던 문선상자 안에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단어와 그것을 해석하는 글자를 금속활자로 배치해 지혜가 담긴 상자를 만들어서 책장처럼 설치했다.

이 글자들은 색이 칠해져 상자는 이미지가 되고 언어가 주는 지각의 깊은 사유뿐만 아니라 조형적인 감각도 내뿜는다. 세종이 만들어낸 한글은 금속활자가 되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노주환은 왼쪽에는 훈민정음을, 오른쪽에는 자음과 모음의 활자로만 된 책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금속활자 문화 덕분에 수많은 종류의 책이 출판되어 지식을 공유하고 지혜롭게 된 점을 인식시킨다. [먼저 할 일부터]는 ‘영혼의 자유’, ‘말’, ‘몸조심’ 등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상징하는 단어들을 창문에 붙여 공간 전체에 그림자로 펼쳐내는 작업이다. 외부 공간에서도 볼 수 있고 햇빛이 만든 그림자가 실내 공간 가득히 펼쳐지며 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꿈]은 그림자를 실제 형상으로 만든 것으로 분홍빛과 함께 아득히 확장된 몽환적 의미를 표현한 감각적 작품이다. 노주환은 문자와 글자, 언어를 머리로부터 받아들이며 마음으로 인식하고 육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총체적 체험의 공간을 제공한다. 중앙 기둥에 속담을 조각한 원형의 문자 틀은 하나씩 돌릴 수 있으며 관람자가 직접 원하는 단어를 수직으로 맞출 수 있도록 하고 그 옆에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좌우명이나 좋아하는 구절을 적어놓을 수 있도록 흰색의 기둥을 배치하였다. 이것은 다음 전시 때 기둥 작업에 첨부되어 확장되어 나갈 계획이다. 노주환은 수많은 정보를 동시다발로 받아들이며 깊이 사유할 수 없는 디지털 정보 시대에 글자와 언어의 다양한 촉감적 작업으로 시적인 일상을 경험하게 한다.

    

노주환, [지혜의상자], 2014년            나무상자, 납활자, 270x110cm    

김승영의 [여명-깃발]은 세종이 후손들에게 남긴 정신적 유산의 의미를 남극 세종기지를 다녀온 작가의 경험에 대입시켜 표현한 작품이다.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을 연상시키는 소금으로 만든 광활한 산수풍경과 그 끝에 펄럭이는 깃발 그리고 여명으로 조성된 공간은 한글을 발명한 위대한 세종의 창조정신을 기억하고 이어서 펼쳐나가는 후손들의 희망찬 모습을 암시한다. 푸른빛 공간은 매우 명상적이고 정신적이어서 지적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골짜기와 산등성이는 오르막을 따라 점점 넓게 펼쳐져 남극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험난한 미지의 환경을 상기시킨다. 고지에 꽂힌 붉은색의 [깃발]에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한 성취감을 맛본다. 무심한 듯 소리 없이 흔들리는 깃발의 움직임은 삶의 희망과 목표, 낯선 곳에서의 고독과 저항, 기쁨과 슬픔 등 인간 내면의, 혹은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충돌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의 흔들림은 바람의 파동으로 의미가 전달되고, 시각적으로 보여 총체적인 체험이 된다. 공간 끝에는 파란색과 붉은빛이 동시에 어우러진 여명으로 새로운 세계가 기다린다. [깃발]은 늘 독서와 사색을 멈추지 않고 백성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천하며 업적을 이루어낸 세종의 여정과도 닮아있다. 그리고 그 후예들도 눈에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영역 어느 곳에서나 모험정신으로 도전하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승영, [여명-깃발(The Flag)], 2014년            소금, 깃발, 송풍기, 형광등, LED, 폴리코트, 합판, 400x450x1,090cm    

전시정보
        
           글   김미진 | 전시 기획자,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그림 제공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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